골드만삭스 등 S&P500 연말 전망치 줄하향
트럼프 관세 위협에도 유럽·중국 증시 선방
항셍지수, 딥시크 열풍에 힘입어 17%↑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는 1분기 5.11% 하락했다. 이는 2023년 3분기 이후 첫 분기 하락이자 2022년 9월 이후 최악의 분기를 기록한 것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분기에 10.29%나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전망이 미국증시를 뒤흔들었다. 관세 위협이 계속되면서 월가의 기대치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전날 S&P500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6600에서 6400으로 낮춰잡았다. 바클레이스와 골드만삭스도 최근 S&P500의 연말 전망치를 기존 6600에서 5900으로, 6500에서 6200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그동안 뉴욕증시에 장기간 ‘황소장(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뭉칫돈들이 몰렸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국 금융시장의 침체가 세계적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비중은 2000년대 초만 해도 7%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거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서 선임연구원은 “미국 금융시장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집중이 일어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점점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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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으로 성장세 둔화가 예상됐던 유럽과 중화권 증시는 되레 선방하고 있다. 범유럽 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1분기 6.79% 올랐다. 독일증시 DAX지수가 12.82% 뛰면서 회복장을 주도했다.
독일 정치권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인프라 및 국방 특별예산을 추진하면서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유럽 안보에서 손을 떼겠다고 한 것도 유럽 방산 기업 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됐다.
중국과 홍콩증시도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노력과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의 가능성을 보여준 ‘딥시크’ 열풍에 힘을 받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01% 내리면서 보합권에 머물렀지만, 중국 본토 주요 기술기업이 상장한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16.78% 급등했다.
반면 미국과 돈독한 외교 관계를 이어온 일본과 대만증시는 하락했다. 일본증시는 엔화 환율 불확실성,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19일 “경제 물가 전망이 실현되면 그에 따라 계속해서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추가 인상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올 들어 6.95% 하락했다.
대만증시 가권지수도 6.22% 빠졌다. 미국 정부의 관세 위협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적극적으로 지원할지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