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정책들의 근저에 트럼프의 어떤 사고가 자리잡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갖고 있는 대외관계에 대한 생각을 분석해야 그의 정책을 예측할 수 있고 대책 또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의 안보관부터 보자. 중동 특히, 가자지구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 견제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는 미국이 그간 세계의 지도국으로서 전통적으로 역할해 왔던 민주주의 수호 및 인권 옹호라는 가치를 무시하고, 국제 공공재로서 공급해왔던 세계의 경찰 역할을 공공연히 포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동사태에서 갈등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경험을 무시하고 힘으로 위협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근저에 패권주의적 사고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풍부한 광물자원의 매장과 북극에 대한 전략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현재 덴마크의 영유하에 자치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주장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 인구 비중이 높다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러시아의 일부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트럼프는 대외경제관으로 18세기 초까지 유럽을 지배하였던 중상주의(mercantilism)적 사고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중상주의에서는 일국의 부(wealth)를 금 등 귀금속 보유량으로 보고 수출을 장려하여 금 은 등 귀금속을 많이 확보하고, 수입은 억제하여 금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권고한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외국에 의한 부의 탈취 결과로 발생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제1기 트럼프 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수장을 지냈던 라이트하이저는 그의 저서(‘No Trade is Free’, 2023)에서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대의 전략품목인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와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계획은 현대의 금 역할을 하는 고용 탈취의 주범이 미국과의 관세 격차에 있다고 인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전략품목에 대한 높은 관세의 부과와 상호관세 부과 위협으로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여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상기한 트럼프 정부의 안보관과 대외경제관은 무차별적인 관세의 부과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탈퇴 위협 및 유럽동맹국에 대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높이라는 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동맹 무시가 우방을 미국의 초당적 적국인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착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고, 러시아 또한 이 기회를 이용하여 이란, 북한은 물론 중국과 협력 구도를 만들게 하는 유인이 된다는 점이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팽창주의와 중상주의적 사고는 동맹 상실과 경쟁국의 결속을 강화하여 미국, 유럽 및 동아시아 지역의 일본 및 한국의 각개 전투 대 중국, 러시아, 이란, 중국의 단결된 동맹 간의 대결로 이끌어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큰 손실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과 관련하여 최근 이코노미스트지(1월 18일자, 3월15일자)는 미국의 모두를 해치는 이런 조치에 대해 비전통적 보복조치, 예를 들어 대외경제 협력(핵연료, 신약 등 수출)의 유보와 군사적 압력(레이더, 기지 등)을 구상하여 대응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유럽과 공동보조를 맞추어 대응함과 더불어 미국과의 양자 협상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양국 간 거래에는 거의 관세가 없음과 그간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의 80%가 다시 미국 내 투자로 환원되었음을 강조하는 2트랙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