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ㆍSSG닷컴 등 명품 카테고리 확장해 주력화
“명품 거래 ‘신뢰성’ 가장 중요…장기적 파장 예의주시”

발란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명품 플랫폼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 이커머스가 오랫동안 쌓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재조명 받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명품 온라인 플랫폼 발란은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발란은 회생계획안 인가 전 외부 인수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매각 순항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발란은 2015년 설립 이후 코로나19 시기 명품 수요가 폭발해 급성장했지만 영업이익 흑자는 단 한 해도 내지 못했다. 2023년 말 기준 결손금은 매출(392억 원)의 2배인 785억 원으로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다. 발란과 함께 ‘머ㆍ트ㆍ발’로 불린 1세대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 트렌비까지 위기설이 확산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머스트잇은 79억 원, 트렌비도 3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실적이 부진하다.
1세대 명품 플랫폼이 취약한 재무구조로 흔들리면서, 대기업 계열 이커머스의 명품 사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들 역시 엔데믹으로 인해 명품 수요가 예전보다 줄었지만, 백화점과 면세점 기반의 명품 사업 노하우가 있어 꾸준히 성장세가 점쳐진다. 롯데쇼핑 계열 이커머스 롯데온은 2022년 9월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를 선보인 뒤 꾸준히 사업을 확장 중이다. 연평균 매출은 20%대 성장 중이며, 지난해 11월 ‘럭셔리 쇼룸’ 코너를 신설하며 직배송 기능을 추가해 경쟁력도 키웠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SSG닷컴도 2022년 출범한 명품 전문관 ‘SSG럭셔리’를 지난해 전면 개편하는 등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인 11번가 또한 2023년 3월부터 명품과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판매하는 ‘우아럭스’를 운영 중이다.
이들 대기업 이커머스는 기존 전통적 명품은 물론 최근 MZ세대가 선호하는 신명품까지 취급하면서 폭넓은 연령을 공략하고 있다. 신제품 위주의 백화점 명품 대신 유행을 타지 않는 스테디 셀러 모델을 찾는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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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1세대 명품 플랫폼의 취약한 재무상황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이 판매사의 신뢰도와 브랜드 파워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론 이커머스에서 구매하는 명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