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에 반등 기대했지만
최근 대차거래 잔액 급증 우려
美 상호관세·경기침체 영향도

국내 증시가 미국 상호관세 공포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공매도 재개까지 겹치면서 2500선 밑으로 추락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76.86포인트(p)(3.00%) 하락한 2481.12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도 20.91p(3.01%) 떨어진 672.8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2500선을 이탈한 건 지난 달 10일 이후 2개월 만이다. 지수는 전장 대비 44.54포인트(1.74%) 내린 2513.44로 출발한 뒤 하락세가 강해졌고, 한때 2479.4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0.91p(3.01%) 내린 672.85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연 초 3개월간의 주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주가 추락은 업종과 종목을 가리지 않았다. 종목 별로는 에코프로(-12.76%)와 에코프로비엠(-7.54%), LG에너지솔루션(-6.04%), POSCO홀딩스(-4.62%), SK이노베이션(-7.11%), 삼성SDI(-5.47%), LG화학(-5.41%) 등 이차전지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지수 하방 압력을 키웠다. 이차전지 업종은 부진한 실적 대비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최근 대차거래 잔고 비율이 급증하는 등 공매도 타깃으로 지목돼 왔다. 대차거래 잔고는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꼽힌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국내 증시에 유동성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되던 외국인은 국내 장을 떠나며 되려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8000억 원, 7000억 원 가까이 순매수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1조6000억 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과 기관은 각각 600억 원, 1500억 원 가까이 사들였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2000억 원 넘게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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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도세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하락장을 피해지 못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한미반도체 등 순으로 많이 순매도했는데, 관련 종목들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실제 국내 증시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이날 3.7% 가까이 하락하면서 6만 원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외 코스피 시장에서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4.01%)와 뒤를 이은 LG에너지솔루션(-6.46%), 삼성바이오로직스(-2.96%) 등도 일제히 크게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공매도 재개 첫날인 만큼 공매도 자체의 순기능보다 제도 시행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과거 3번의 공매도 재개 당일에도 코스피 지수는 하락한 사례가 많다. 2009년 6월 1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1.38% 상승했으나, 2011년 11월 10일에는 4.94%, 2021년 5월 3일에는 0.66%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번 주 상호관세 발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을 촉발할 것이라는 불안에 아시아증시도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05% 급락한 3만5617.56엔에, 토픽스지수는 3.57% 떨어진 2658.73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46% 내린 3335.75에, 대만 가권지수는 4.20% 빠진 2만695.90에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1%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일본 닛케이지수는 3만6000엔 선이 붕괴하면서 7개월 반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대만 가권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서 기술적으로 ‘조정장’에 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거의 모든 무역 상대국에 최대 2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고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