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지체된 정의...헌재, 이제는 답해야

입력 2025-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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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사회경제부장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11차례에 걸친 변론이 2월 25일 끝났으니 변론 종결 후에도 한 달 넘게 종국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지난해 12월 14일로부터 따지면 100일이 훌쩍 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91일 소요된 전례에 비춰볼 때 선고가 지나치게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애초 탄핵소추가 개시될 때만 해도 이르면 2말 3초에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전 국민이 생중계로 보았듯이 사실관계가 명확해서다. 헌재도 최우선·신속심리 원칙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하다고 예상되던 지난달 14일을 비껴가더니 3월마저 넘겼다. 이달 18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만큼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기약 없이 선고일정이 늦어지자 온갖 억측과 설이 난무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 대립으로 평의가 길어진다는 의혹부터 차기 헌재소장을 두고 ‘딜’이 오갔다는 설까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5(인용) 대 3(기각·각하) 구도로 짜였는데 마은혁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후 선고의 정당성 문제를 염려해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재판관 1인 합류 여부에 따라 정반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분열과 혼란을 더 키울 것이 자명하고 이 경우 헌재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난데없는 비상계엄 이후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일 반복되는 와중에 사회적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찬탄’과 ‘반탄’으로 갈린 극한 대립은 혐오를 넘어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대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유사한 망동을 재현하려는 듯 헌재와 재판관 개인을 향한 겁박은 도를 넘어섰다. 이 혼란을 잠재워야 할 여야는 한술 더 떠 서로를 향한 힐난과 지지세력 부추기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사이 발생한 온갖 사건·사고는 더 심란하게 하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역대 최악의 산불까지 하루도 평화롭지 못한 나날의 연속이다.

의무에 없는 일을 하면 직권남용이 되고, 의무에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된다. 누가 뭐래도 헌재는 헌법을 수호하고 헌정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래서 헌재는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 그게 헌재의 책무다. 다른 변수를 염두에 두고 그 의무에 있는 일을 충실히 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헌재의 직무유기다. 재판관의 개별 성향을 분석해 심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이 만연해진 상황에서 올곧은 판단으로 하루속히 이 혼란을 잠재우고 국민 모두가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퇴임하면서 훌륭한 헌법재판을 직선과 곡선, 색채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비유했다. 국가와 사회의 지속성을 직선, 창의성을 곡선, 다양성을 색채에 빗댄 것인데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선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가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국가와 사회의 지속성을 위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의 골을 치유할 수 있는 창의적인 판단이 결정문에 담겨야 한다. 그것이 헌재가 의무에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모쪼록 헌재의 결정이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는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그 결정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헌재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부정해서야 되겠는가.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김동선 사회경제부장 matth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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