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기준 독일이 56개로 가장 많은 허가 받아
국내는 5개…보급 위해서 수가‧경제성 평가 기준 필요

국내 디지털 치료제 허가 제품이 늘고 적응증도 다양해지면서, 업계는 보급 활성화를 위해 특성에 맞는 건강보험 수가와 경제성 평가기준이 확립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비지니스 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100억 달러(약 15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치료적으로 개입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기존 신약 개발 대비 비용이 30~50% 절감되며, 임상시험 진행 속도도 빠르다. 의약품과 달리 물리적 제조 공정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신약은 개발부터 승인까지 평균 10~15년이 소요되는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3~5년 내 시장에 출시될 가능성이 커 상용화도 빠르다.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가별 디지털 치료제 허가 건수는 독일이 56개로 가장 많고, 미국(외래 환자 투약 포함 46개), 영국(20개)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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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2023년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제 ‘솜즈’가 첫 디지털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고, 그해 웰트의 불면증 치료제 ‘슬립큐’가 2호 제품으로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뉴냅스의 뇌졸중 환자 시야장애 개선 치료제 ‘비비드브레인’과 쉐어앤서비스의 호흡재활운동 치료제 ‘이지브리드’, 올해 2월에는 뉴라이브의 이명 치료제 ‘소리클리어’가 허가를 받으며 총 5개 제품이 허가를 획득했다.
한국은 해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지만, 생태계 기반을 다지는 단계다. 적응증도 초반 불면증에서 시야장애, 호흡재활, 이명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기업은 100여 곳에 달한다. 임상의 마지막 단계인 확증임상 단계를 밟고 있는 기업도 많아 업계에서 줄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웰트는 지난해 140억 원, 이모코그는 2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디지털 치료제 투자 심사역은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잠재력이 있는 산업으로 시장 규모, 관련 논문, 임원 역량 등이 투자의 중요한 기준”이라며 “이 시장은 초기 연구개발 비용이 낮아 진출하기 쉽지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색다른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급여 체계, 임상 및 허가 기준 마련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처방형 디지털 치료제(PDT) 제도를 통해 급여 적용이 확대되고 있고, 독일은 디지털 치료제 처방이 가장 활발한 국가다. 2019년 디지털 헬스케어법(DVG)을 제정해 승인 절차와 보험 체계를 마련했다. 임시 급여 적용 후 효과가 검증되면 영구등재 심사를 받아 정식 수가 여부가 정해진다. 이를 통해 60만 건 이상의 디지털 치료제가 처방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허가 후 첫 처방까지 1년 넘게 걸릴 정도로 제도가 미완성이다. 지난해서야 선별급여 또는 비급여 중 하나를 선택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비급여 처방에 실손보험 적용이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실손보험이 향후 디지털 치료제 보급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디지털 치료제 기업 관계자는 “현재 많은 기업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하고, 확증임상 중인 곳도 많다. 지금도 다수 기업이 품목허가를 신청해 식약처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허가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치료제의 특성을 반영한 보험 수가와 경제성 평가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