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 양국이 오는 7일 공식 서명할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은 브릭스(BRICs)를 비롯한 거대경제권과의 첫번째 무역협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한-미 FTA 비준이 2년 넘게 지지부진하고 있고 한-EU FTA도 회원국의 비준을 받아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시기적으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당초 인도와의 무역협정은 12억 인구의 거대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의 교역규모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협정을 계기로 양국간 교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인도는 '제2의 중국'으로 불리고 있다. 한-인도 CEPA의 5가지 핵심사항과 의의를 짚어본다.
◆자유무역화 수위조절 어떻게
한국과 인도 양국이 무역협정을 맺음에 있어 첫번째 난관은 바로 자유무역화 수위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였다.
비교적 고도로 산업화가 이루어진 우리나라와 아직도 농업의 비중이 크고 산업화가 미미한 인도가 산업 개방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유일하게 싱가포르와 무역협정을 맺은 바 있는 인도의 입장에서는 경제규모가 큰 국가에 대해 경제를 개방한다는 게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양국은 기존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FTA보다 다소 낮은 수준의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용어도 'FTA'가 아닌 'CEPA'로 달리 명명했다.
실제로 우리측 수입품 93%(수입액 기준 90%) 관세 철폐는 지금까지 칠레나 싱가포르, EFTA, 아세안 등과 체결한 FTA의 평균 자유화율 95%와 비교할 때 다소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반대로 인도측면에서 보면 인도가 지금까지 체결한 FTA 중에서는 가장 높은 자유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개방수준 문제없나
이번 협정의 핵심 쟁점 중의 하나는 농수산물에 대한 개방 수준이었다.
품목으로 보면 농수산물 1900개 품목 중 714개 품목에 대해 양허를 제외했으며, 수입의 기준으로는 양허제외품목이 17% 정도 해당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하거나 개방에 대해 반대 여론이 심한 쌀, 쇠고기, 돼지고기, 과일, 채소 등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대부분 양허를 제외했다.
농수산물 개방을 회피한 것은 인도측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경우 과일과 채소류 등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나 농가의 자급자족 비율이 높아 수출산업화되지 못한 점도 크게 반영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쌀과 쇠고기 등 우리가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품목은 일단 모두 제외됐다"면서 "인도의 농수산물 수출이 아직 산업화되지 못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전했다.
◆'완성차 개방' 포기 왜?
이번 협상에서 가장 아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바로 완성차가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도가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으며, 완성차에 대해서만은 시장을 개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이미 인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있다는 점도 적극 반영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60만대를 생산해서 30만대를 인도 국내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스즈끼에 이어 시장점유율이 2위를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무리하게 '완성차'를 협상대상에 포함시키기 보다는 애초부터 하나의 협상카드로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자동차(완성차)를 FTA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우리가 잃는 것이 그리 크지 않다는 판단 있었다"면서 "실질적으로 자동차부품의 관세율을 최대한 인하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협정에서 완성차가 제외됨으로 인해서 기아차나 쌍용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는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점과, 현대차의 경우도 중형차 판매에 있어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