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칼질에 결국 쓰러진 검투사

입력 2009-09-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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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회장 사퇴 표명...금융권 "불가피한 선택"

일명 검투사로 불러진 황영기(전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결국 패배(?)를 선언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전방위적으로 밀려오는 칼질에 과연 누가 버틸 수 있겠느냐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황영기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임기간 동안 거액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이라는 명목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결국 회장직과 이사회직을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우리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예보위와 KB지주 이사회도 채 열리기 전에 미리 고개를 숙인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의 파워(힘)을 다시한번 느꼈다와 너무 과도한 징계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수년전에 발생한 사건을 지금에 와서 굳이 이슈를 만들고 사퇴까지 내몰면 과연 누가 총띠를 메고 과감한 투자를 하겠느냐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의 사퇴는 보수적인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히면 어떻데 되는지를 알려준 셈”이라며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과감한 투자은행(IB)과 M&A(인수ㆍ합병)에 열을 올렸는데 결국 부메랑이 돼 버렸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IB를 지향하라고 하고 막상 손실을 보니 최고경영자에게 뒤집어씌운 꼴”이라며 “이런 결과를 볼 때 과연 누가 IB나 글로벌 뱅킹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느냐. 정부은행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황영기 사퇴 가장 큰 역할은 KB금융지주= 그렇다면 황 회장이 사퇴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KB금융지주 경영에 방해가 되고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의 돌연 사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황 회장은 과거 검투사라는 이미지에 맞게 과감한 M&A와 투자은행에 열을 올렸다.

외환은행은 물론 증권ㆍ보험사를 인수하기 위해 시장에 여러 차례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징계가 확정되면서 사실상 M&A 계획은 물론 그룹을 꾸려나가기도 벅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리고 예보와 KB지주 이사회 안팎에서도 사퇴압박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그룹을 경영을 해 나갈 수 있겠느냐”며 “이러한 내부적인 갈등이 결국 KB지주 경영에 큰 차질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황 회장도 이날 발표문에서 “금융위 징계조치가 회장직을 유지하는데 법률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의 성장·발전이 조금이라도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래된 소신”이라고 밝혀 KB지주 경영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이와 함께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의 돌연 사퇴도 심적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박 이사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황 회장보다 두 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를 받은 바 있다.

황 회장으로서는 금융당국의 징계수위가 더 낮은데도 사퇴한 것이 심리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했다.

한편, 황 회장은 오는 29일 KB금융지주 출범 1주년 기념식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당장 이사회를 소집하거나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할 할 계획은 없지만 조직을 빨리 안정시키기 위해 25일 저녁에 사외이사들끼리 모여서 논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KB지주 회장 자리가 당분간 부회장인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직무를 대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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