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정수기와 프린터 등 기존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 잇달아 진출해 성공 가능성에 업계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한번 실패했던 시장에 다시 진출하는 만큼 또 한번의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수기 사업의 경우, 헬스케어 사업과 맞물려 남용 부회장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과감한 투자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용 부회장으로서는 야심차게 시작한 정수기 사업이 생각처럼 쉽지 않자 업계 1위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정수기 시장에 진출한 바 있는 LG전자는 정수기 사업의 핵심인 렌탈 사업 등을 병행하며 업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대가 넘는 시장에서 올해 LG전자가 목표로 한 판매대수는 2만5000대. 4월에 처음 시작한 것을 감안한 목표이긴 하지만 100만대가 넘는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정수기 시장 규모는 1조4000억원. 특히 시장점유율 57%를 차지하고 있는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청호나이스(7%), 원봉, 교원, 동양매직(6%) 등 200여개의 중소업체가 시장에 진입해 있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에서 LG전자가 자체 기술력 없이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설 자리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수기의 핵심 기술인 필터를 LG전자 기술로 만들지 않고 하청기업의 것을 가져다 씀으로써 제품 차별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 렌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수기 사업은 시장에 새로 진입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남용 부회장도 이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두 달에 한 번씩 가정을 방문해서 관리를 받아야 하는 정수기의 특성상, 주부들이 익숙한 관계를 맺어 놓은 곳을 계속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비용도 많이들고 관리 효율성을 위한 노하우도 필요하다.
정수기를 관리해주는 직원의 수도 LG전자의 경우 정수기 사업 초반 20명대에서 현재 100명 가까이 늘어나는 등 헬스케어 매니저 보강에 힘쓰고 있지만 1만2000명의 웅진코웨이와 3000명의 청호나이스, 1000명의 교원 L&C에 비해선 크게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LG전자는 이같은 점 때문에 정수기 판매량 공개도 꺼리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정수기 판매대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내부에서 정수기 사업과 관련, 상당히 민감해 한다"고 귀뜸했다.
이번 달 부터 진출하는 프린터 사업도 힘겨운 시장인 것 마찬가지다.
1조원 정도 되는 국내 프린터 시장에서 하루 빨리 입지를 굳히고 PC사업과의 연계를 높이겠다는 심산이지만 이미 굵직한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그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국내 프린터시장은 레이저 분야는 삼성전자, 잉크젯 분야는 HP가 장악하고 있다.
LG전자로서는 잉크젯에선 HP와 레이저에선 삼성전자와 대결을 펼쳐야 하는 힘겨운 상황인 것. 뿐만 아니라 캐논, 후지제록스, 오키시스템즈 등과의 대결도 피할 수 없다.
더군다나 프린터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 높고 불황을 잘 타지 않는 B2B 시장이지만 그만큼 진입하기가 힘들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다른 업체로 옮기는 것을 대부분 번거로워 하기 때문이다.
프린터에 대해 잘 아는 전문 서비스 엔지니어 육성과 솔루션 개발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로서는 가격을 낮추거나 PC등을 판매하면서 번들로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직접 생산이 아니라 OEM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의치 않을 경우 다시 사업을 접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만치 않은 시장에 도전장을 낸 LG전자. 과연 무모한 도전으로 끝이 날지, 기존 시장을 흔들며 강자로 부상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