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산업이 10년을 넘어서며 게임을 공급하는 개발사와 서비스를 담당하는 퍼블리셔의 입장이 뒤바뀌고 있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소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국내 서비스는 물론 해외 서비스 판로를 스스로 개척함에 따라 퍼블리셔들이 서비스할 양질의 게임을 발굴하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예전 온라인게임 시장 초창기에는 개발사들이 1차적인 목표로 안정적인 퍼블리셔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다녔지만 오히려 최근에는 퍼블리셔들이 개발사들에 목말라 있는 것.
때문에 갑의 위치에 있던 퍼블리셔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오히려 개발사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는 등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전문 퍼블리셔 개발력 강화 총력
국내 게임업체 중 매출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네오위즈게임즈와 CJ인터넷은 자체 개발게임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지만 퍼블리싱을 통해 대부분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CJ인터넷은 CJIG 개발 스튜디오를 통해 개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장르의 다변화를 위해 올해 개발사 씨드나인을 전격 인수했다. 향후에도 개발력 강화를 여러 중소 개발사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며 원활한 콘텐츠 수급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또 최근 공개한 웹게임 전문 브라우져 마블박스와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인 마블스테이션은 점점 좁아지는 퍼블리셔의 입지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이다.
남궁훈 CJ인터넷 대표는 “개발사들이 자체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통해 점점 퍼블리셔들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퍼블리셔들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던 중 전세계 결제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개발사들에게 니즈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네오위즈게임즈 역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행할 수 있는 ‘글로벌 게임’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미국지사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고 미국에서 온라인게임화가 가능한 유망 지적재산권(IP)을 발굴할 계획이다.
◇개발사 인수 열풍
개발사로 출발한 넥슨과 엔씨소프트 역시 개발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넥슨이 지난해 조직개편과 함께 개발사들의 지분을 인수한데 이어 엔씨소프트도 개발력 강화를 위해 개발사 제페토의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 중견 게임개발사 제페토의 지분 약 30%를 인수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제페토는 1인칭 슈팅(FPS) 게임 '포인트플랭크'를 개발한 업체로 현재 엔씨소프트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로 인해 엔씨소프트는 제페토가 준비 중인 차기작 퍼블리싱 계약에 있어 우선권을 갖게 됐다.
이 밖에 엔씨소프트는 제이인터렉티브와 오라이언 소프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넥스트플레이의 지분 21.21%, 크레이지다이아몬드의 지분 34.0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넥슨은 자체 스튜디오 경쟁력 강화는 물론 다양한 장르와 캐주얼 포털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시메트릭스페이스, 코퍼슨스, 휴먼웍스 등 개발사의 지분을 100%, 100%, 19.9% 각각 인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시장이 점점 확대되면서 양질의 게임을 확보하기 위한 서비스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예전에는 개발사가 을의 위치에 있었지만 개발력이 있는 업체의 경우 서비스사들에게 오히려 갑의 위치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