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0)는 최근 일하는 것이 한결 가뿐하다고 말한다. 지난 6월부터 자율출근제가 시행된 뒤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 늦게까지 업무를 보거나 회식자리가 있을 때는 출. 퇴근시간을 늦춰 업무에 대한 압박감을 줄이고 있다. 하루 8시간의 업무시간만 채우면 오전 8시에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는 “손을 한시도 놓을 수 없는 반도체 사업장 특성상 자율출근제 도입이 처음에는 공염불에 그칠 줄 알았지만 실제 다른 부서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고정 출근이라는 제일 중요했던 잣대가 사라져 경직성이 풀리고 직장 분위기도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17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따르면 자율출근제 도입 이후 업무효율 증가, 자발적 업무 계획 수립 등의 긍정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경직된 조직문화를 탈피해 워크스마트(Work Smart, 똑똑하게 일하기)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러한 업무환경 변화로 자기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계기도 됐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구모 씨(32)는 “출근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되니 직장 상사의 일방적 지시에서 벗어나 생산라인 관리 계획을 스스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자발성에 기초해 일을 하다 보니 업무를 창조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완제품(DMC) 부문 일부 사업부부터 자율출근제를 시범 실시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시간관리 중심의 조직 문화를 성과관리 중심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였다.
1차 시범운용 대상은 완제품 부서 직원 8000여명 정도였다. 이후 업무 효율 증가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해 완제품 부문에서 반도체 사업장 등 전사로 확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가정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등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출근제를 시행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업무의 집중도 뿐 아니라 창의적인 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자율출근제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