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식량자급정책이 변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잇따른 자연재해에 따른 작황 부진과 식습관의 변화로 곡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곡물 수입이 올해 최소 100만t으로 예상돼 지난 2008~2009년의 5만t에서 대폭 증가하고 지난 1994~1995년 흉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은 경제발전으로 식량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농경지는 도시화 확대로 줄고 있어 전문가들은 중국의 식량자급정책이 지속될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옥수수 순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올해 미국에서만 120만t의 옥수수를 수입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수입한 옥수수가 10만t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는 큰 변화다.
옥수수가 가축사료로 대부분 쓰이고 콜라 등 음료수도 옥수수를 재료로 한 감미료를 쓰기 때문에 중국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인의 입맛이 서구화되면서 돼지고기와 우유 및 계란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5월 콩 수입도 전년의 2배에 달했고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60만t의 쌀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소재 라보뱅크의 루크 챈들러 곡물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글로벌 콩 수요가 중대한 변화를 맞이했다”면서 “옥수수 수요도 가속화된다면 세계 옥수수 시장의 중대한 재조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30년전 개혁개방정책을 실행한 이래 식량자급자족 원칙을 대체로 잘 지켜오고 있다는 평가지만 중국의 막대한 인구와 물부족 및 농업기술의 상대적인 미숙함과 제한된 농경지 등으로 자급자족원칙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농업정책 전문가인 스콧 로젤레 미 스탠포드대 교수는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여전히 99%에 달한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매우 크고 글로벌 농업시장은 대체적으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 들어오면 그 충격이 막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히 최근의 옥수수 수입 급증이 지난 1994~1995년 흉년으로 인한 일시적 수입급증과 비슷한 현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추세로 갈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FT는 알렸다.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의 앱돌레자 아바시안 선임 곡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옥수수 수입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중국의 소비규모를 감안하면 수입은 매우 완만하게 늘어나 연 500~600만t 수준이 될 것이고 1000만t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의 판성건 국장은 “중국은 앞으로 수년 동안 옥수수 순수입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바이오기술 등 농업생산성 향상 정책의 성공 여부가 중국의 미래 작물수확량과 수입수요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