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GM대우 알페온 "조용한…그러나 강렬한!"

입력 2010-09-01 06:00 수정 2010-09-0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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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 3.0 직분사 엔진 최고출력 263마력, 첨단장비와 정숙성 뛰어나,

▲GM대우가 준대형차 시장에 '알페온'을 앞세워 전격 출사표를 던졌다. GM산하 뷰익 브랜드의 '라크로스'를 바탕으로 GM대우가 현지화한 모델이다. 경쟁모델은 기아차 K7을 포함한 준대형차와 엔트리급 수입차다.
뷰익(Buick)은 한때 어르신이나 타는 차로 여겨졌다. 점잖은 노부부가 차선 하나를 느긋하게 차지해도 그들의 여유가 부러울 뿐이었다. 멋쟁이들을 위해 1960년대에는 차 뒤에 미친듯이 날개를 달기도 했었다.

그 시절 뷰익은 커다란 프론트 그릴을 앞세웠고 트렁크는 낮췄다. 고개를 숙일지 모르는, 그래서 부끄러움이 없는 오너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 덕에 미국산 재규어로 불리기에 손색도 없었다.

뷰익이 새롭게 태어난 것은 GM의 글로벌 아키텍처 플랫폼 사용하면서 부터다. 전형적인 아우토반 스타일의 오펠 플랫폼 위에 뷰익의 고급스러움이 오롯이 내려앉았으나 속에 숨겨진 다이내믹 DNA는 감출래야 감출 수 없었다.

2010년 여름, 마침내 우리에게도 그런 뷰익이 다가왔다. 독일 아우토반의 전투력을 감췄으나 겉모습은 21세기 뷰익 '라크로스'의 고급스런 아우라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GM대우 알페온'이라 부르기로 했다.

▲실제 눈으로 다가오는 존재감은 2차원적인 사진과 전혀 다르다. 벨트라인이 높아 존재감이 크고 동급을 압도할만큼 육중하고 거대하다. 그러나 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알페온 기자단 시승회는 지난 8월 마지막날 제주도에서 치러졌다. 소나기와 햇살이 변덕을 부리는 제주공항에 내리자 30여 대의 알페온 부대가 나란히 코끝을 맞추고 기자단을 기다리고 있다.

차고 넘치는 자존감이 차 전체에 내려앉았다. 이미 눈에 익을만큼 익숙한 디자인이다. 그럼에도 죄다 거기서 거기인 주변의 범(凡)무리와 뚜렷한 차별화를 풍긴다.

알페온의 아우라는 실제로 눈으로 봤을 때 제대로된 체구(?)를 가늠할 수 있다. 2차원적인 사진보다 3차원적인 실제 모습에서 그의 볼륨과 우람함을 느낀다.

실제로 알페온은 수치상으로 현대차 그랜저TG와 기아차 K7보다 길고 넓다. 가장 이상적인 타이어 사이즈는 차 높이의 50%다. 알페온은 넉넉하게 뚫어놓은 휠하우스를 19인치 휠타이어(245/40 R19)로 가득 메웠다. 경쟁 모델 가운데 가장 '이상'에 근접해 있다.

▲30여 대의 알페온이 제주 1100도로 일대를 무대로 다양한 장점을 드러냈다. 사진처럼 한데 모여있으면 절대 육중함을 체감할 수 없다. 실제보다 작아보일 때가 있지만 수치면에서 동급 최대 길이와 너비를 자랑한다.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듯한 프론트 그릴은 GM대우가 추구할 수 있는 고급스러움의 정점이다. 매서운 전방을 노려보는 헤드램프는 스티어링 조향각을 따라 움직이는 어댑티드 헤드램프다. 뒤쪽 테일램프에는 LED를 심었다. 전체적으로 앞뒤 균형미가 잘 들어맞는다.

당장에 큰 감흥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시길. 기자의 경험상 재규어와 뷰익 등이 추구하는 디자인 컨셉트는 오래봐도 질리지 않은, 그래서 지금 당장에 큰 감흥은 아껴두는 차들이다.

묵직한 도어가 열리는 순간 GM대우가 선보이는 새로운 럭셔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대시보드와 도어 안쪽패널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낸 '랩 어라운드' 스타일은 한때 이태리 카디자이너 '베르토네'가 즐겨 쓰던 방식이다.

손 끝에 와닿은 버튼과 다이얼, 몸과 맞닿은 시트와 핸들 역시 이제껏 GM대우에서 볼 수 없었던 고급스러움의 궁극점을 오롯이 풍겨내고 있다.

버튼식 시동키를 누르면 묵직한 셀프모터가 차바닥을 흔들며 엔진에 숨을 불어넣는다. 직분사 방식의 V6 3.0 VVT 엔진은 최고출력 263마력을 뿜는다, 계기판의 회전수에는 레드존이 없다. 마치 "마음껏 밟아보세요. 그래도 경고장을 날리진 않을테니"라는 알페온의 당당함이다.

최고출력 263마력도 엔진의 한계치인 6900rpm에서 나온다. 고급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점잖게 몰 수 없는 차임을 느낀다.

▲대시보드와 도어 인사이드 패널을 하나로 이어 놓은 듯한 '랩 어라운드'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동반석에서 느끼는 체감공간도 한결 크고 운전석에서의 답답함도 없다. 공간이 넉넉하지만 온 몸을 조여오는 듯한 인테리어는 묘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대시보드는 우아하고 감성적이며 포근하다. 고급성은 경쟁모델보다 뒤지지 않되 내장재의 재질은 호불호가 뚜렷하게 나뉜다.

BMW의 거친 가죽 내장재는 매니아의 가슴을 방망이질 치고, 아우디의 매끄러운 가죽은 매니아보다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타입이다. 알페온은 후자 쪽에 가깝다.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 내장재 곳곳에 알루미늄 장식을 덧대 차가우면서 모던한 감각을 동시에 풍긴다. 기본적으로 감성품질이 뛰어난데다 흠잡을 곳이 없다.

초기 스티어링 휠 감각은 제법 말랑말랑하다. 저속에서 가볍게 트위스트를 추면 즉답성을 보인다. 텅빈 도로 위에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파일런을 세워두고 요리조리 슬라럼을 반복하다보면 좌우 턴과 턴의 정점에서 슬명시 스티어링 휠이 잠기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이런 경우는 2가지다. 첫 번째는 AWD 모델. 슬라럼 때 앞바퀴의 조향각을 뒷바퀴가 직진으로 밀어붙이려는 성질이 강할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두 번째는 엄청난 접지력의 전륜구동 차의 특성이다. 알페온은 당연 후자다. 앞 바퀴를 짓누르는 힘이 그만큼 거세다는 의미다.

▲독일 오펠의 플랫폼에 미국 뷰익의 DNA를 담았지만 주행성능은 전형적인 미국차에 가깝다. 초기 반응이 반템포 늦지만 중속 이후의 실용영역에선 고무줄 튕겨내듯 내달린다.
반대로 뒤쪽이 흔들릴법도 하지만 이런저런 장비를 죄다 쓸어담은 GM대우의 지나친 배려(?) 덕에 차 무게는 동급 경쟁차보다 100kg 이상 더 나간다. 결국 무게에 발목 잡힌 셈이다.

가속 페달의 답력은 반템포 느리다. 전형적인 미국차 스타일이다. 6단 하이드라매틱은 1단 기어를 고정하면 시속 80km까지 치고 내달린다. 이때 회전수는 7000rpm을 정점으로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절대 연료차단으로 풀을 죽이진 않는다. 전반적인 기어비는 연비보다 초기 가속력에 중점을 뒀다.

알페온은 제주도 어디에 던져 놓아도 멋진 달력 그림을 완성한다. 약 50여km의 짧은 시승이 이어지는 동안 소나기와 햇살이 반복하는 탓에 알페온의 한계치를 가늠할만큼 달릴 수 없었다.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다분히 고급스러움으로 치장한, 그래서 감춰둔 고성능은 그저 '여유'로 즐길 줄 알아야 하는 차다.

▲밑그림이된 뷰익 라크로스와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뷰익은 미국 GM 산하의 '니어 럭셔리' 브랜드다. 뷰익의 준대형차를 이 정도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알페온도 달라보이기 시작한다.
짧은 시승이 끝나갈 무렵 가장 칭찬하고 싶은 한 가지는 정숙성이다. GM대우가 주창하는 '콰이어트 튜닝'이다.

겹겹이 방음재를 숨겨놓은 전면 유리부터 견고한 도어 이음매와 섀시까지 바깥 소음을 충직하게 걸러내고 있다. 이런 정숙성 뒤에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뷰익 라크로스'를 바탕으로 '알페온'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GM대우 연구진들의 노력이 서려있다.

가격은 CL300 디럭스 3662만원, 프리미엄 3787만원이며 EL300 슈프림 3895만원이고 스페셜은 4087만원이다. 10월 중순 출시되는 2.4모델은 3040만원~3480만원으로 결정됐다.

출시 전부터 가격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으나 이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풀렸다. 이 가격에 독일 오펠 플랫폼의 미국 고급차 뷰익을 타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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