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 공기업들이 대규모 해외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 지분참여나 해외기업 인수·합병 및 투자를 위한 자금소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이르면 이달 중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7억∼8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 전액을 석탄 광산, 우라늄 광구 등 각종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지분 확보와 발전소 사업 등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가스공사는 150억 달러 규모의 호주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앞두고 스위스 금융시장에서 1억9000만달러(2억 스위스 프랑) 규모의 5년 만기 채권을 2.25% 금리로 발행한 데 이어 1억 스위스 프랑 규모의 채권을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니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낮은 이자로 큰돈을 끌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해외 채권 발행은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 리튬으로 최근 주목받았던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5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한 이후 아직 추가 발행을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광물 개발사업 참여가 활발한 만큼 언제든지 발행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6월 10억 달러에 이어 지난 9일 5년 만기 3.125%의 금리로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를 발행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해외 채권을 추가 발행했다"며 "해외 자산 및 광산지분 인수 등 해외소요 투자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영국 석유탐사기업 다나 페트롤리엄 인수를 앞두고 유전 광구 투자 외에 이러한 인수ㆍ합병(M&A) 등에 맞물린 자금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5억∼10억달러 가량의 해외 채권 발행을 계획 중이다.
석유공사는 자금 확보를 통해 앞으로 하루 13만배럴에 그치는 자주개발 생산량을 2012년까지 30만배럴로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 M&A를 추진키로 하고 다나 외에 여러 매물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 발행을 통해 실패 확률이 높은 자원개발 분야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국민세금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자원 개발은 필요하지만 실패할 경우 국민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규모의 해외 채권 발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어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