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면화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악천후로 주요 산지에서의 생산량이 급감한 가운데 세계적인 면화 부족 우려로 각국의 섬유업계가 면화 사재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2월 인도분 면화 가격은 20일 1995년 이래 최고치인 파운드당 1.0198달러를 기록했다. 면화 가격은 8월 초이래 30% 가량 상승했다.
미국면화조합의 조던 리 회장은 “면화 값이 파운드당 1달러대를 넘는 것은 남북전쟁 이래 두 번째”라며 “현 시세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면화 가격의 상승폭은 석유, 구리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상승 수준을 순식간에 추월했다.
주요 산지에서의 흉작으로 공급물량이 부족한데다 투기세력이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4위 면화 생산지인 파키스탄의 홍수 피해로 공급상황이 악화되면서 뉴욕면화거래 시장에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 세력들이 유입되고 있다.
미국 곡물거래ㆍ시장조사업체인 FC스톤의 게리 레인스 브로커는 “세계 최대 면화 생산국이자 최대 수입국이기도 한 중국에서 폭우의 영향으로 흉작이 예상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 면화 생산 2위인 인도에서는 올해 내려진 면화 수출금지령이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정부가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거래업자들 사이에서의 의구심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농무부는 전 세계 소비에 대한 재고율은 15년만에 최악으로 침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면화 가격 급등으로 의류 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최대 면화 수출국인 미국은 지난 주에 중국, 멕시코, 콜롬비아 등 섬유산업의 중심국에 대한 출하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로직 어드바이저스의 론 로슨은 “패닉이라는 말은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최근 파운드당 3센트 상승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면화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의류산업에서도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들은 비용상승 분의 흡수를 면화 공급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마이크 울만 최고경영자(CEO)는 “비용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하기는 어렵다. 경기 상황을 감안했을 때 향후 1년에서 1년 반에 걸쳐 인플레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소매업계가 인플레에 일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FT는 면화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섬유업계가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테르의 사용비율을 늘리는 등 대체재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저우상품거래소에서는 올해 들어 면화 가격이 16% 상승한 반면 폴리에스테르의 가격은 7% 이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