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는 또다른 월드컵이다.”
정부 관계자는 오는 11월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를 ‘관료들의 월드컵’이라고 일컬었다.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축구 강국들이 각축을 벌이는 만큼이나 G20 정상회의에 세계 최정상의 경제 관료들이 참가한다는 의미다. G20 정상회의가 관료들의 월드컵이라고 말한 이 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전승으로 결승 진출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을 일컫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외교관들은 본국에 보내는 외교전문을 통해 국제회의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발언을 얼마나 많이 열심히 했는지 부각시키는 사례가 보통이었다”면서 “하지만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국제회의에 참여하면서 그런 전문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발언을 하려 하니 옆의 미국 대표가 말을 막았던 일이 있었는데 나중에 따로 불러 가보니 강대국들끼리 회동을 갖고 주요 사안들을 결정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가 뒤에서 다 짜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회동을 통해 주요국들이 안건마다 입장을 미리 조율하는대로 회의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약소국 대표들이 발언권을 얻고 피터지게 논의해봤자 소용이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나머지 회의장에서 힘 없는 나라들이 서로 열을 올리는 것은 이런 이너써클에 들어있는 주요 국가가 보기에는 우스워 보이게 된다. 이것이 국제 외교의 진면목이고, 국가의 위상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여하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만든 규칙을 받아들이기만 하던 입장에서 이제 세계경제의 룰을 만드는 데 들어가게 됐다. 강대국 담합에 의해 만들어진 룰에 끌려가던 처지에서 이제 어엿하게 룰을 만드는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이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의 세계 최빈국에서 경제 대국으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더 나아가 국제질서의 선두주자에 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G20 관련 국제 회의를 다니다 보면 이제 신흥국들이 한국을 존경한다는 말도 듣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은 의장국으로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의제를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G20 의장 역할 경험을 통해 개인적?국가적으로 한층 성숙해 지는 계기가 되고있다고 밝혔다.
G20 의장을 맡은 한국의 위상은 IMF와의 관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위기 극복을 위해 IMF로부터 가혹한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야 했다. 대출을 조건으로 한 경제 정책의 간섭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 G20 의장국으로 IMF의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IMF의 대출제도 개선은 외환변동성과 글로벌 불균형 완화를 위한 글로벌금융안전망 차원에서 추진돼 우리나라와 긴밀한 조율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IMF의 쿼터개혁과 이외 제도개선도 마찬가지다. G8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 호주 등은 G20을 통해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기회를 처음 가지면서 회의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는 선진 경제국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에 신흥 경제국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19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이 구성원이다. 유엔에도 1991년에야 가입을 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질서를 관리하고 규칙을 만드는 최상위 협의체인 G20의 회원으로 참여하고 G7이 아닌 국가로 처음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의장국이 됐다.
G20은 이제 단순한 권고가 아닌 재정 공조, 금융 규제 등 글로벌 경제 분야에서 구속력을 갖는 협의를 이끌어내는 기구로 바뀌고 있다. 올해 11월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장국인 한국에게는 G20의 성공적인 개최가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행사에 돈만 많이 들이려고 하지 말고 겉치레만 신경 쓰지 말라고 지적하고 우선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