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나노땐 대ㆍ日보다 단가 높아 실적부진
"성장가능성 커 포기 못해 사업 강화할 것"
삼성전자가 지난 6월 개발한 32나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정이 내년 초 본격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파운드리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관련,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삼성모바일솔루션 포럼 2010에서“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운드리란 자체 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팹리스. Fabless)의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함께 이곳에서 무슨 제품이 생산될 지도 관심거리다. 어떤 업체들이 이 공정을 이용하느 냐에 따라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일수록 그 효율을 인정받는 것이다.
32나노로 전환하기 이전, 45나노 공정일 때 이 파운드리 라인에서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일부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 위치한 이 생산라인은 현재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셋업 단계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파운드리를 위한 32나노 하이-케어 메탈 게이트(HKMG) 로직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IBM, 프리스케일 등과 함께 2007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3년 만에 완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통해 기존 45나노 공정에 비해 누설전력을 55%, 소비전력을 30%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가동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고민은 파운드리 사업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3억2500만 달러(35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매출(132조3200억원)의 0.27%에 불과했다.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천명한 지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에 비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정이 대만의 UMC, 일본의 르네시스 등에 비해 단가가 높아 경쟁력 떨어지는 점과 삼성이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고 있어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 것이 쉽지 않다”며 사업 부진의 원인을 설명했다.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는 경쟁사에게 생산 위탁을 의뢰하기가 매끄럽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삼성전자에는 파운드리 전용 라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라인에서는 삼성전자 제품과 위탁 업체의 제품이 함께 생산된다. 그만큼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용라인이 없어 기술개발에 더딘 것도 문제로 꼽는다. 이 때문에 내년 본격 양산에 들어갔을 때 과연 어떤 업체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위탁할 지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암(ARM),시놉시스,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 등 반도체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제조 검증이 완료된 상태라며 반도체 생산을 맡기는 고객들은 이 기술을 즉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비메모리 반도체는 성능과 기술이 빠르게 변해 설계와 연구만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가 시장대응에 더욱 유리하다”며“이에 발 맞춰 파운드리의 시장 성장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규모는 220억달러(24조2000억원)에 달하고 앞으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시장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강화가 실적으로 이어질 지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 과거에도 수차례 이와 같은 입장을 표명했지만 사업은 부진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하는 업체이다 보니 다른 사업에 발을 뻗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팹리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실제 그런 기조만 있었을 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다”며“앞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