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건설사 구조조정을 진행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은 여전히 금융권과 건설사의 '뇌관'이다.
건설사들이 워크아웃(경영정상화) 작업을 거치면서 채무유예, 출자전환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어느 정도 탈출했지만 문제는 건설사들이 안고 있는 PF 사업들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재동 물류복합센터 PF 사업도 분양문제와 자금난으로 인해 성우종합건설과 대우차판매 건설부문 등을 구조조정으로 몰았고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등은 결국 PF 사업을 파산시켰다.
금융권은 양재동 PF의 파산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과 판교, 광교, 한류월드 등 앞으로 터질 시한폭탄이 줄줄이라는 말이다. 금융권의 근심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 PF 잔액 줄었지만 연체율은 상승=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이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줄어들었지만 연체율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증가했던 금융권 전체 PF대출 잔액은 2006년 45조3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 연말에는 82조4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6월말 PF대출 잔액은 74조2000억원으로 8조2000억원줄었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44조9000억원, 저축은행 11조9000억원, 보험 5조4000억원, 증권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 PF대출 잔액은 지난해 연말 51조원에서 6조원 정도 줄었으며 보험사도 지난해 연말보다 3000억원 정도 감소한 셈이다.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PF 사업을 정리하면서 대출 잔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체율이다.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2008년말 4.40%에서 지난해 연말에는 6.37%로 급등했다. 올해 3월말에는 8.96%까지 급등했으며 6월말에는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대출잔액이 줄어들면서 연체율도 7.31%로 줄었지만 연말 들어 건설사 연체율과 함께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업권별로 본다면 은행권 PF대출 연체율은 6월말 2.94%로 지난해 연말 1.67%에서 급등했다. 9월말 현재 잠정적으로는 3%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2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권 PF대출규모는 39조원으로 이중 올해 하반기에만 15조원의 PF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PF대출도 연체율이 심각한 상황에서 하반기 PF 대출 만기를 어떻게 버틸지 알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연체율에 큰 변화가 없지만 올 연말에 다시 PF 연체율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PF대출로 큰 곤욕을 치뤘던 저축은행은 PF대출 연체율이 6월말 12%로 지난 3월 13.7%에 비해 1.7%포인트 줄었지만 올 연말 도래할 PF대출도 은행권 못지 않기 때문에 부실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험사의 PF대출 연체율도 6월말 현재 7.9%로 지난해 연말과 비교한다면 6개월만해 3% 이상 급증했다. PF대출 부실화가 심각한 저축은행보다 낮지만 은행권의 PF 연체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험사 PF 대출 중 건전성 분류기준상 고정 이하로 부실화된 대출금액도 지난해 말 3125억원에서 4454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의 PF 연체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펀드의 PF 대출금액은 3월말 현재 5조1543억원, 연체율은 30.4%나 됐다. 2007년 말 연체율은 1.0%에 불과했지만 2008년 말에 14.4%, 지난해 말에는 24.3%로 뛰어오르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금융권,PF 폭탄에 '긴장'= 금융권은 연말 만기 도래할 PF대출에 긴장하고 있다. 건설경기는 풀리지 않는 데다 건설사들이 기존 대출을 만기 연장하고 돌려막고 있어 '제 2의 양재동 PF'가 터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어느 정도 PF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며 "수도권 개발지역 등을 시작으로 시한폭탄 PF가 아직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 3분기 부동산 PF와 관련한 유동화증권 대부분이 기존 대출을 만기연장하는 데에 활용됐다는 점도 문제다. 메리츠부동산연구소는 올 3분기 부동산 PF 관련 유동화증권이 3조8025억원 규모로 발행됐으며 이 중 리파이낸싱이 2조2936억원(63.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착공과 분양을 위한 본 PF는 1547억원(4.3%)에 불과했다.
사업진행을 위한 추가대출과 토지 매입자금인 브릿지론은 각각 650억원(1.8%)과 2862억원(7.9%)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이 기존 대출을 만기 연장하거나 기존 PF사업을 담보로 해서 돈을 빌린 용도로 활용했다는 의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PF가 여전히 부실을 안고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대출을 회수하려고 한다"며 "올 연말 PF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