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TV 화면에 저녁뉴스가 방송되고 있는 늦은 시간임에도 분당 서현동 Y공인중개사 박모(48)사장은 아파트 계약 손님과 밀려드는 문의전화로 여전히 ‘퇴근 전’이다. 추석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수세가 없어 고민했던 박 사장은 지난달부터 저녁 6시를 넘긴 시간까지 가게문을 열어 놓은 횟수가 부쩍 늘었다.
한산할 것으로 생각했던 이 지역 중개업소 상황은 다소 의외였다.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그와 인터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수문의가 이어졌다.
이날도 중대형 아파트 한건을 계약했다는 박 사장은 “한달전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전세·매매 보러오는 손님들이 부쩍늘었다”며 “소형 매물은 아예 찾기 힘들다. 30~40평대 중대형 아파트도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고 조금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과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매매가격을 묻는 전화벨이 간간이 울려댔다. 박 사장은 “한동안 전·월세계약이나 하면서 사무실 운영비 정도만 벌 수 있었다”고 말한 뒤 “매매거래가 재개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분당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시장의 회복 조짐이 나타난 것은 지난달 초부터다. 최근 서현동 삼성한신시범단지 108㎡형은 6억~6억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10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 아파트 값은 5억6000만~5억7000만원선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었다. 5억원 초반대였던 한양시범단지 111㎡도 지금은 5억7000만원까지 시세가 치솟았다. 분당 역세권 일부 단지에서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물이 소진되며 중대형 가격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판교신도시 상황은 더 호전됐다. 지난 추석 이전만 해도 소형아파트 한건 거래하기 힘들었던 이 곳에서도 급매물 위주의 중대형 거래가 재개된 것. 2~3주 전 판교 백현동에 위치한 S공인중개소를 찾았을 때만 하더라도 “최악이다”라고 말했던 중개업소 사장은 “최근들어 부쩍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싸게 나와도 거래가 안되던 중대형이 최근에는 급매물 위주로 팔린다”며 “가격도 올라서 백현마을9단지 125㎡(37평형)이 9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정도를 시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한달전 시세가 9억원 정도였다고 하니 한달새 수천만원이 오른 것이다.
최근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살아난 용인도 죽전이나 상현동, 동천동 등 일부단지를 중심으로 중대형 아파트값 상승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지난달 초부터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급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죽전동 T공인 윤모(58) 사장은 “앞으로도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한달새 수천만원 오른 건 맞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생각하는 집값에 비하면 최근 매매가 상승은 바닥권에서 조금 오른 것 뿐이다”고 말했다.
중대형 아파트값 강세는 수도권에서 서울로 번지고 있다. 특히 목동지역의 상승이 심상치 않다.
실제로 현대하이페리온 1차 128㎡의 경우 시세가 한달새 5000만원이 뛰었다. 대형평형이 많은 신시가지 아파트도 상승기류다. 30평형대 1단지 중대형이 9억원대로 주저 앉아 있었지만 최근에는 호가 10억원을 넘는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내 D공인 양모(50) 사장은 “집을 팔고 잠실이나 개포동으로 가는 수요도 있지만 단지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도 많다”며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