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개정안 처리 여부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 국회 법률안심사소위는 농업계의 숙원 과제인 농협법개정안에 대해 심사한다.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 이어지는 대선으로 또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농림수산위 소속 의원들이 농민들의 원성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지난해 12월 법률안 심사 소위에서 농협 개편 시기를 2012년 3월로 합의한 만큼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돼야 준비기간을 거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농협법 개정안은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면서 이후 모자라는 운영 재원을 정부가 출자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농협은 신용과 경제사업이 한 몸통으로 운영되면서 수익이 쉽게 나는 금융 분야에 집중하고 본연의 임무인 농민의 권익을 위한 협동조합 활동에는 소홀히 해왔다.
때문에 2009년 기준 76%에 이르는 1만3665명이 신용 부문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신용과 경제사업간 인력이 순환 근무하면서 전문성도 떨어졌다. 전문성의 결여와 금융 환경의 변화로 농협 신용 부문의 수익은 최근 수년간 줄어들고 있다.
신용 부문의 순익은 2007년 1조3521억원에 이르렀지만 2008년 3304억원으로 준 이후 지난해 5662억원으로 소폭 회복하는 데 그쳤다.
전문성을 갖추고 거대 금융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부문의 분리가 절실해 진 것이다.
이는 경제사업과 신용 부문의 분리를 반대해 오던 농협이 찬성으로 돌아서게 된 배경이 됐다.
개정안은 농협개혁위원회 건의안을 토대로 마련돼 2009년 12월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농협의 경제사업과 신용부문의 분리로 전문성을 찾고 중앙회가 도매기능에 충실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처럼 싼 가격에 할인점등에 밭떼기로 소매로 납품하면서 농민이 얻는 수익은 바닥에 이르러 있다.
농협중앙회가 나서 도매상으로 제 기능을 하면서 실질적인 농민들의 협동조합으로 제조업의 노조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농민 권익을 위한 농산물 제값 받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단순한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축산물 유통에 중앙회가 참여해 산지를 조직화하고 판로를 보장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현출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처럼 농산물이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 올라갔다가 다시 각 지역으로 이동하는 물류비용이 크게 줄 것"이라면서 "각 지역의 농협이 도매상 역할을 하면서 유통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 유통 과정과 물류비용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농산물은 더 싼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농협법 개정안은 결국 크게는 농업 유통구조 개선의 일환인 셈이다.
농협법 개정안을 통해 필요 자금에 대해서는 자체 조달하고 모자라는 액수는 출자 형식의 자금 지원을 하게 되지만 이는 차후 운영이 정상화되면 다시 국고로 환수할 금액이라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지원 액수는 수조원에 이를 전망으로 농협 자채적으로는 이를 6조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개정안을 놓고 여야간의 쟁점은 정부의 부족 자금 지원 방안과 분리 과정에서의 세금 감면 방법 등이다.
야당은 정부의 지원을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실사 후 부족 자금에 대해서는 출자를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분리과정에서의 자산 이동 등에 대한 세금 감면에 대해서도 야당에서 2~3년 주기의 세금 감면보다 장기적인 안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조세감면특별법의 원칙상 2~3년 주기의 감면을 규정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만장일치로 법을 통과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때문에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간 정치적 합의가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여야관계에서 타협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금의 정치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힘든 상황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의원들이 농민들의 표심을 의식해 나몰라라 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개정안 통과의 윤곽은 3일 소위와 4일 상임위에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간 정치력을 발휘하면서 농업계의 숙원을 이번에 풀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