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국내 산업계에도 후폭풍이 거세다. 직접적인 피해는 적지만 우리 산업의 일본 부품소재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내 제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세계 부품소재 수입 물량의 4분의 1(381억달러)을 일본에서 들여왔다. 대일 총수입(643억달러) 중 대일 부품소재 수입은 무려 59.2%(381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 구매부서들은 회로부품 등 핵심 부품소재 공급 현황을 파악하기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LCD업계도 비상이다. 일본 최대 유리기판 생산업체인 NEG의 노토가와 공장이 전력문제를 겪었기 때문. 일본은 전세계 유리기판 공급의 37%를, 수동 부품의 41%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부품을 정기 구매할 때 대량으로 확보해두는 만큼 단기적으로 부품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원활한 부품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품 조달 뿐 아니라 일본 대지진의 여파는 국내 사업장에도 미쳤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LCD 사업장의 포토장비 일부가 일본 강진의 진동을 감지, 자체적으로 가동을 일시 중지했다고 밝혔다. 2시간 만에 모두 정상화돼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철강재를 수입하는 국내기업도 신일본제철과 JFE철강 등 일본의 1,2위 업체들이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철강재 수출량은 연 간 약 2300만톤이며 그 중 3분의 1 가량이 한국에 수입된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은 배 건조에 사용하는 후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조선용 후판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의 물량을 일본에서 의존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달리게 되면 수요업체들이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본산 철강재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가뜩이나 원가 상승부담이 큰 철강제품의 가격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현재 부품 국산화율이 높고 일본 현지 부품 공급 업체들이 지진 피해 지역과 다소 떨어져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이미 일본에서 철수했고, 현지서 공급받는 부품 비중도 1%가 채 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부품 국산화율도 높고 일본 부품 수입도 낮아 강진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다”며 “아이신 등에 공급받는 6단변속기 등의 재고도 이미 2~3개월 치를 비축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지 업체 가동중단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국내 보유재고와 현재 재고물량 파악 이후 확인이 가능할 것 같다”며 “현재 수출타격은 없으나 장기적 안목에선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재고 물량을 유럽 등 원거리 국가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일본 강진의 여파가 길면 길어질수록 영향을 받기 쉽다.
한편 코트라 등은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자동차, 화학, 제철, 반도체 등의 공장중단으로 국내 업체들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