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이른바 ‘계약학과’가 늘고 있다.
계약학과가 느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업들은 전문성을 갖춘 고급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고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전문화된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 역시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계약학과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채용조건형 3개교 4개학과, 재교육형 43개교 148개였던 계약학과는 지난해 4월 현재 채용조건형 6개교 17개학과, 재교육형 68개교 252개 학과로 80%가까이 증가했다.
계약학과 도입에 적극적인 대학으로는 성균관대를 꼽는다. 성균관대는 삼성전자와 연계한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과 휴대폰학과가 유명하다.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에서는 지난해 2월 졸업생 12명 가운데 취업을 희망하는 5명이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나머지 7명은 석사 과정으로 진학했다.
휴대폰학과 석사 과정에서도 2009년 졸업생 29명과 2010년 졸업생 29명이 박사 과정으로 진학한 7명을 제외하고 모두 삼성맨이 됐다.
특히 성균관대는 올해 삼성SDS와 연계한 소프트웨어 전공학과를 신설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재능 있는 학생을 선발해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양대는 2012년에 삼성전자와 연계한 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하고 신입생 30명을 선발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재를 양성한다. 이 학교는 또 하이닉스반도체와 연계해 나노반도체공학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20명의 석ㆍ박사과정 학생을 뽑아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를 보조하고, 하이닉스반도체가 해당 전공 지도교수에게 의뢰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건국대 대학원에는 차세대 태양전지 분야의 연구 개발을 위한 기업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는 미래에너지학과가 있다. 코오롱, 동진쎄미켐, 코오롱글로텍 등과 협약을 맺고 지난해 3월 신설했다. 이 학과 역시 등록금 전액이 지원되고 졸업 후 이들 기업의 입사가 보장된다.
계약학과의 대학입학=취업성공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으면서 일각에서는 취업률 압박에 못 이겨 대학교 본질을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말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계약학과와 같은 실용학문만 늘어나고 대학에서 배술수 있는 기초학문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앙대가 오는 2012년까지 학과 구조조정을 마무리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10개 대학, 46개 학과 축소ㆍ개편하면서 실용학문인 글로벌금융학, 융합공학부와 국제물류학과가 신설됐다. 하지만 기초학문인 독어학과와 불어학과와 사회과학대학 공공 정책학부도 폐지됐다.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실용학문 추구와 취업률 등을 강조하는 대학의 기업화는 시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추세다”며 “사회발전에 필요한 학술이론과 응용방법을 관련한 학과들이 없어지거나 통합되는 등 외면 받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