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이달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이 확대 적용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장기 대출상품 출시는 주저하고 있다. 이는 은행들의 자금조달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등 위험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에선 커버드본드(covered bond)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대출 상품을 전략적으로 늘리기 위해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서고 있다. 대출금리를 10년 이상 장기 고정시키려면 조달금리도 장기간 고정시킬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에서 장기 은행채를 발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 은행들은 최장 수십 년까지 돈을 고정금리로 굴릴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은행들이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때 조건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해선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이 필요한데 지급보증수수료와 기타 비용을 합산하면 조달비용이 5%대 중반을 넘기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커버드본드 조달금리가 5%대 중반인데 이 채권을 5%대 고정금리 상품으로 운영했다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부터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와 협의를 중에 있지만 아직 검토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최근 출시한 15년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도 자금조달 사정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3조원으로 제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고정금리형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커버드본드 발행 비용을 낮춰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 등 여러 국가들에서 늘어나는 커버드본드의 발행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법제화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가능한 빨리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커버드본드 등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법을 만드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유동화 채권을 말한다. 은행이 신용으로 발행한 채권이지만 담보자산에서 우선적으로 변제받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기 때문에 조달 방식이 비슷한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비해 안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