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현 위기를 가볍게 진단하면 안 된다”며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당원들 위기의식이 큰 만큼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7.4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배경엔 숨은 조력자 홍사덕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당내 최다선(6선)으로 친박계 조정자 역할을 도맡아온 홍 의원은 지난 10일 친박계 재선 의원들(13명)을 불러 모아 유 의원 출마의 당위성과 지원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연스레 (유 의원 출마로) 분위기가 모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14일 중진의원들을 한차례 더 만날 예정이다.
박 전 대표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유 의원이 나서기로 함에 따라 친박계는 이번 전대에서 단일대오를 갖추게 됐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 본류는 TK임을 확실히 인지시키겠다”며 대대적 지원을 예고하고 나서 여타 후보들의 손익계산이 분주하게 됐다.
- 최종결심을 굳혔나.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 같다. 사실 처음엔 출마할 생각이 없었다. 대구·경북 의원들과 수도권 일부에서 종용이 있었지만 계파 대결로 비쳐질까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처한 현 위기를 가볍게 진단하면 안 된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출마 선언까지) 내부 조율에 최선을 다 하겠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금주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뵙고 말씀드릴 생각이다.
- 지난 10일 친박계 재선 의원들의 회동이 있었다. 사실상 내부 조율을 마친 것 아닌가.
△당사자다 보니 가만히 듣고 있었다. 홍사덕 의원이 얘길 꺼내셨고 공감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재선 의원들 의견이 모아졌다고 해서 내부 조율을 마쳤다고 할 순 없다. 제 나름대로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말씀을 드리려고 하고 있다.
- 친박계 단일후보로 출마하나.
△지난번엔 여러 분이 출마하다 보니 약간의 진통이 있었다. 가장 걱정한 부분이다. 출마를 생각한 다른 분들에게 방해가 되어선 안 되니. 일단 소위 친박이란 진영 내에서 출마를 검토하는 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 저로선 의견을 좀 더 구하고 동의를 구해야 할 단계다.
- 전대 룰의 유·불리를 말한다면.
△이미 정해졌는데 논해본들… 일단 홍준표·나경원 의원이 유리하다고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고 대중성이 있으니. 그러나 직전 지도부였다는 점에서 (4.27 재보선) 책임론을 어떻게 설명할지, 그리고 국민들과 당원들이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는 별개다. 21만명으로 확대된 당원투표가 제일 중요하다. 당원들도 국민 못지않게 내년 총·대선을 걱정하고 있다. 위기의식이 크다.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선거에 대한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고심할 것이다. 결국 조직보다는 바람으로 갈 것 같다. 한마디로 ‘깜깜이 선거’다.
- 각 주자 간 합종연횡도 변수다.
△주고받을 표가 있어야 짝짓기가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협위원장을 통한 대의원(장악)은 많아야 10% 남짓이다. 과거 버스선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약속을 한다고 해도 지켜지기 어렵다. 친이, 친박도 나름 열심히 하겠지만 결국 민심과 당심에 기대야 한다. 앞날에 대한 걱정이 큰 만큼 과거에 얽매이기보단 어떻게 헤쳐 나갈지 뚜렷한 소신과 진로를 밝혀야 한다. 민심과 당심에 부합해 좋은 결과를 얻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