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5월 무역적자가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하면서 일본 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플라이체인(부품공급망) 회복으로 생산은 서서히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지만 수출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일본 경제가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는 2011 회계연도 경제 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20일(현지시간) 5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0.3% 감소한 4조7608억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수입액은 1년 전보다 12.3% 증가한 5조6145억엔으로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는 8537억엔(약11조5673억원) 적자였다. 무역적자 규모는 시장의 예상치인 7101억엔을 훌쩍 넘어섰으며,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이 침체된 2009년 1월 다음으로 큰 규모다. 5월 한 달만 보면 사상 최대다.
대지진 이후 서플라이체인 혼란과 전력난을 배경으로 생산 활동이 침체하면서 수출이 감소한 반면 원자재값 상승으로 수입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6% 줄었고, 대유럽 수출은 8.8% 감소했다. 대아시아 수출도 8.7% 줄었다.
수출 품목별로는 자동차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38.9% 줄었고,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은 18.5% 감소했다.
수입 품목에서는 원유가 30.7%, 액화천연가스가 33.0% 각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대지진으로 인한 타격이 예상보다 컸다고 우려하면서도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코스모증권 투자정보부의 다구치 하루미 과장은 “무역적자폭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면서 “수출 회복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생산과 서플라이 체인 복구와 함께 무역적자폭도 서서히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이와 종합연구소의 구마가이 미쓰마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자동차 업계의 공장 가동률이 6월 들어 대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도 보조를 맞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향후 무역수지 적자는 축소할 것이라면서도 화력 발전용 연료 수입이 늘면서 수입 규모가 늘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미즈호인베스터스 증권의 오치아이 고지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적자 규모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점을 지적하면서 “수출 감소가 1분기 GDP에 마이너스 압력을 가하면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시기와 같은 수준으로 침체될 수 있다.
무역적자 기조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국채 거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경제는 지난 분기 개인소비와 설비투자 성장률이 모두 전 분기보다 떨어졌고 지난 4월 소비자신뢰지수 등 경기선행지표도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2분기에나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