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 팍팍해 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른 대출금리에 비해 낮고 주택을 담보로 할 경우 은행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선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자금 등으로 소진해버릴 경우 자칫하면 빚을 갚지 못할 상황에 빠져 가계부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89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9% 증가했다. 특히 신규취급액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주택 구입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가계의 비율은 지난 3월 기준 전체 대출자의 42%로 집계됐다.
이에 앞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중에서 주택 구매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된 비율은 지난 2009년 말 29.2%를 기록한 뒤 계속 증가해 지난해 8월에는 절반에 가까운 48%까지 치솟았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35.7%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다시 급등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담보 대출을 주택 구입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계절적으로 연초에 낮은 반면 6~8월에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주택거래가 부진하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주택 구매 외 용도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는 대출자들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본다. 특히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데다 이미 가계가 떠안은 부채가 막대한 점을 비춰보면 자칫 가계 부채대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절반 정도가 사업자금이나 생계비용, 자녀 학자금 등에 쓰고 있을 것”이라며 “자계의 자산은 제자리이고 부채만 늘어가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대출금을 소진해버려 빚을 갚지 못하게 돼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