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분쟁이 처음 시작된 지난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의 말처럼 최근 글로벌 특허전쟁은 악화일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스마트폰 특허 분쟁을 촉발했다. 미국 인텔렉추얼 벤처스(IV)가 메모리반도체 제조회사인 우리나라 하이닉스반도체와 일본 엘피다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독일 전기전자제품 제조사 지멘스의 자회사 오스람은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에 대한 특허 침해를 이유로 미국과 독일에서 삼성전자, 삼성LED, LG전자, LG이노텍을 제소했다.
삼성LED도 곧바로 오스람과 오스람 옵토 세미컨덕터, 오스람 실바니아의 제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이들 제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기업간 특허 분쟁 양상이 확산되자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특허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특허전문가 영입·양성, 특허 조직 보강 등을 통해 글로벌 견제세력에 대한 수비(특허 소송 방어)와 공격(선제 특허 소송)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퀄컴에서 특허전문가로 맹활약했던 한인 변호사 유병호 씨를 상무급으로 영입, 최지성 부회장 직속 조직인 IP(지적재산권)센터의 기술분석팀에 배치했다
유 상무는 지난 2008년 퀄컴이 세계 1위 휴대폰 회사인 노키아와 3년이 넘는 특허권 분쟁을 벌일 때 퀄컴의 승리를 이끈 주역이다.
유 상무가 배치된 삼성전자 IP센터는 엔지니어 출신의 미국 특허변호사 안승호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그는 기술, 특허 및 법무지식을 겸비하고 있는 IP전문가다. 라이선싱과 특허매입 강화 등 공격적인 특허전략에 나서기 위해 지난해 말 임명됐다.
현재 IP센터 구성원을 포함해 특허 관리 인력은 450여 명에 달한다. 2005년 250명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IP전략팀장을 지낸 김광준 전무가 법무팀을 이끌고 있다. 특히 차세대 주력사업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관련 특허침해에 대해선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6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 하니웰과의 LCD 기술 관련 특허침해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후, 김 법무팀장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부당한 특허료 요구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가 특허경영을 위해 공을 들이는 부분은 전문 인력 양성이다.
최근 LG전자는 전세계 특허전쟁에 맞설 특허전사 육성을 위해 각종 특허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한 ‘IP 칼리지’를 LG인화원과 공동 개발해 신설, 운영키로 했다.
‘IP 칼리지’는 LG전자를 비롯,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생활건강 등 그룹 내 9개 계열사 특허조직으로 이뤄진 ‘LG 특허협의회’ 소속 특허담당자들을 세계 최고의 특허전문가로 키우기 위해 개설됐다.
사내전문가는 물론 변리사, 특허전문 변호사, 그리고 미국 특허변호사까지 화려한 경력의 강사진을 구축했다.
주요 과정은 △특허일반 △특허개발 △특허분쟁 △IP English 등으로 구성됐으며,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 특허담당 직원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초급과정부터 전문과정까지 세분화했다.
‘특허개발’ 과정에서는 회사 경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특허를 발굴하는 기술을, ‘특허분쟁’ 과정에서는 소송, 협상, 계약 등 분쟁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전 기술을 습득한다.
LG전자 특허센터장 이정환 부사장은 “세계 최고의 특허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종 특허 전문교육과정 활성화는 물론, 특허 전문인력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팀 강경호 과장은 “최근 우리기업의 국제특허분쟁은 특허괴물로 표현되는 NPE(Non Practicing Entity)의 소송건수가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에 소송이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 국제특허분쟁사건이 사건에 따라서는 국가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