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걷고 싶다] ⑧금강 따라 걷는 '마실길'

입력 2011-08-11 15:55 수정 2011-08-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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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 드러낸 금강 선녀와 나뭇꾼 전설이…

▲노진환 기자 mydixer@
강물이 바다가 되는 것을 사람에 비유하자면 무주를 지나는 금강은 어린이보다 크고 어른보다 작다. 무주의 금강은 아직 때묻지 않았지만 푸른 생명력이 넘치는 청소년과도 같다. 손이라도 대면 녹색 물감이 묻어날 듯한 무주의 강변에서 순도 높은 초록 덩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짙푸른 강변길은 8월의 여름을 곧바로 관통하고 있었다.

부남면에서 무주읍으로 이어지는 15km의 ‘마실길’은 ‘벼룻길’에서 시작한다. 왼쪽으로 금강을 끼고 산비탈의 좁은 소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대소리의 부남면사무소 앞에서 조항산 자락으로 이어진 농로를 따라 한 동안 걷다 보면 사과 과수원 옆에서 제법 길의 흔적이 뚜렷한 작은 오솔길이 나타났다.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의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이르는 말로 원래 일제 강점기에 인근 마을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놓았던 농수로였다. 농수로는 이내 길이 됐다. 대티교가 놓이기 전에는 율소마을에서 부남면 소재지로 가려면 이 길밖에 없었다. 어른들은 대소리에 오일장이 서면 막걸리 한 잔에 불콰해진 얼굴로 벼룻길을 걸었고 책보자기 둘러맨 아이들도 이 길을 통해 면 소재지의 학교에 다녔다.

▲노진환 기자 mydixer@
벼룻길 중간에‘각시바위’가 있다. 유명한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이 곳에서 전설이 아닌 것은 경치였다. 밤까지 기다리면 정말로 선녀가 목욕하러 올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길은 각시바위 아래 10m 길이의 작은 동굴을 지난다. 벼룻길을 막아선 바위를 누군가 정으로 쪼아서 낸 동굴이다. 운이 좋으면 박쥐도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때아닌 손님에게 놀란 박쥐의 모습을 있었다.

▲노진환 기자 mydixer@
벼룻길이 끝나는 율소마을을 지나 대티교를 넘어가면 강과 같은 높이의 길이 이어진다. 이곳부터는 강을 오른쪽에 끼고 걷는다. 굴암리를 지나온 금강이 황새목 절벽을 만나 큰 소를 지나고 다시 강물이 노고산을 만나 빚어낸 깎아지른 석벽도 지나면 너른 강변이 펼쳐진다. 곳곳에 텐트를 친 야영객들과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율소마을에서 대티교 삼거리와 굴암리를 거쳐 잠두마을에 이르는 약 5km로 여기까지가 마실길의 1코스다. 잠두마을로 접어들면 두 번째 옛길이 시작된다. 2001년 금강 상류인 진안에 용담댐이 완공되기 전까지 굴암리 강변은 자갈밭이었는데 댐이 생기면서 습지로 변했고 수심이 깊어진 금강은 래프팅과 천렵을 즐기는 피서객들에게 최고의 공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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