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1등 기업으로 나가기 위한 체질개선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S(소프트웨어)직군을 신설하고, 비메모리 반도체와 서버용 D램 등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그동안 반도체, LCD, 휴대폰, TV 등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면 앞으로는 애플 등 소프트웨어 기반 회사처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룹 캐시카우인 반도체 부문에서는 최근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PC용 D램 시황에 영향 받지 않기 위한 다변화 전략을 편다.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을 전담하는 별도 ‘S(소프트웨어)직군’ 신설도 그 일환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마케팅담당 M직군, 일반사무직 G직군, 개발 E직군, 기술 T직군, 디자인 D직군 등으로 분류돼 있다. 여기에 S직군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기업으로 떠오른 애플에 맞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서 판매경쟁은 물론 특허 소송전까지 펼치며 대립중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며 인기를 끌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내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을 대거 늘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갤럭시S를 단기간에 출시했다. 이후 바다 OS를 개발하는 등 빠른 속도로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현재 MSC 인력은 800명 안팎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최근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대규모 인원 확충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시스템LSI)을 강화하는 등 반도체 사업에 대한 체질 개선에도 나선다. 반도체 분야의 실적이 D램 가격에 따라 울고 웃지 않기 위한 것.
PC에 주로 쓰이는 D램 메모리 가격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며 D램 비중이 높은 반도체 업체를 괴롭히고 있다. 대만 반도체 가격 정보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월 상반기 D램 가격(DDR3 1Gb 기준)이 0.61달러를 기록했다. 7월 말 사상 최저치(0.75달러)보다 18.7% 더 떨어진 것이다.
이건희 회장도 11일 오전 전자계열 사장단 회의를 열고 비메모리 사업 비중을 이른 시일 안에 늘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반도체 사업이 흔들릴 경우 회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염려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모바일AP 등 시스템LSI 사업 역량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메모리사업부에 속했던 시스템LSI 파트를 자체 사업부로 승격시켰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은 “지난해 7조에 달했던 시스템LSI 매출을 올해 1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모바일AP·CIS 등 주력사업에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월 기준 4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시스템LSI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생산에 들어갔다. 국내 S라인의 5만장을 더하면 삼성전자는 매달 9만장의 시스템LSI 전용 웨이퍼를 생산하며 지난해 대비 생산량이 80%나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발달에 따라 서버용 D램 비중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C용 D램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며 “모바일 AP등 비메모리 부분과 서버용 D램등에 대한 역량을 더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