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빈 라덴 사살 당시 추락한 미군의 스텔스 헬기에 대한 사진과 샘플을 중국에 제공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보도했다.
미국 정보부는 현지 정보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현재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였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지역에 있는 우리 헬기에 대해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중국측의 접근을 허락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물밑 작업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정부가 중국에 1급 군사기밀 중 하나인 스텔스 헬기에 대한 자료를 넘기면서 3국 관계는 더욱 복잡 미묘해질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
이 헬기는 지난 5월 미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오사마 빈 라덴 급습 당시 작전에 이용된 헬기다. 스텔스기는 다른 헬기와 달리 소음이 없고 레이더 망에도 걸리지 않는다. 이에 네이비실이 비밀리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데 큰 공헌을 세웠다.
중국 기술자는 스텔스 헬기 표면의 샘플을 채취하고 잔해의 사진을 찍는 등 정보를 수집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번 일에 대해 회의를 열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의했다.
네이비실은 헬기 추락 후 군사 기밀 보호를 위해 잔해를 부수고 폭파시켰다. 그러나 기체 후미 부분은 손상 없이 남겨졌던 것으로 판단된다. 2주 뒤 존 케리 미국 상원외교위원장이 잔해를 회수하기 위해 파키스탄 현지를 찾았다. 당시 미군이 아무런 정보없이 이슬라바드에 급습한 것에 대해 화가 난 파키스탄 관리는 중국이 미군 스텔스기의 잔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암시했었다.
CIA의 한 관계자는 “사고 발생 직후 직접 파키스탄에 헬기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미국 고위 관료들이 아슈파크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에게 헬기에 대한 접근 제한을 요청했으나 아슈파크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당시 미국이 통보 없이 빈 라덴을 공격한 사실에 대해 격분했다.
중국 정부는 파키스탄 정부에 무기를 공급하며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파키스탄과 접촉했던 한 미국 인사는 “중국은 최신 군사 기술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다”며 “네이비 실이 스텔스기를 폭파한데는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고위관료는 “정보가 얼마나 유용한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히며 “헬기는 식별이 불가능할정도로 폭파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