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대리점 1년 운영해서 빚만 1억이다. 서울 강동구에서 I사 우유 대리점을 하고 있는 장 모(32)씨의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우유 유통에 뛰어든 장 씨에게 돌아온 것은 1억원의 연봉이 아닌 1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채무 뿐였다. 대리점 매매를 하고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찾고 있다는 그는 우유 유통 구조의 피해자였다.
I사 분당 영업소 대리점주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최근 본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본사는 1년 단위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은 판촉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서다. 계약해지를 당한 이 대리점주는 자신의 거래처 300가구를 800만원이라는 헐 값으로 다른 대리점에 넘겨야만 했다.
우유 대리점의 열악한 환경은 우유 유통의 구조적인 원인에 근거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유 유통은 우유업체의 공급가격에 대리점마진, 배달원 마진을 포함해 소비자 가격이 되지만 과도한 판촉비로 일부 대리점에서는 역마진 등으로 폐점사태를 겪고 있다.
A사 B우유 930ml는 월 9개 기준으로 소비자가격 2만250원(1리터당 1400원)에서 배달원 마진 등을 제외하고 나면 대리점 마진이 3150원이다. 대리점 마진에 판촉비는 제외다. 대리점주들은“판촉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1홉(1가구당 한달간 받는 우유량, 보통 1리터 4개)당 판촉비로 2500원이 드는데 본사 1만2000원, 대리점 1만3000원을 부담한다. 여기에 사은품으로 대리점은 1가구당 3만5000~5만원선을 지불한다. N사 대리점은 2008년 사은품비용 1만5000원선여서 현재 2배이상 폭증한 셈이다.
더구나 대리점은 △판촉사원 1인(시음우유 30~50개)당 1만~1만5000원 △보냉주머니 2000~3000원 △여름에 사용하지만 회수되지 않는 얼음팩 약100~150원 △판촉사원 일비 1인당 1만원 등을 모두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촉은 법적으로는 불법이라 대리점은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소비자가 1년계약으로 사은품을 받아가서 3개월 후 중지하더라도 대리점은 위약금을 받기 어렵다. 대리점의 적자가 나지 않는 손익분기점은 계약 6개월 이후여서 이른 계약 해지로 대리점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미수도 높아 대리점은 그야말로 삼중고다. C사 모 대리점의 경우 평소 미수가 60%에 육박한다. 일일히 방문하고 납부를 독촉해도 미수율이 30%에 달한다. 10%는 말 없이 이사를 가버려서 대리점 부담으로 남게된다.
대리점이 폐업하게 되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판촉비 등이 들어가는 우유 유통구조 개선은 쉽지 않다. 대리점주들은 우유업체 본사차원에서 의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리점주는 “선물이 없으면 홍보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실제 원유가격보다 유통비용이 3~4배가 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차원에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고 대리점주들은 성토했다. 정부가 관리감독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 지난 7월 31일 N사 우유 대리점 계약을 해지한 이 모(45·남)씨는“터무니없는 판촉비 부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했지만 묵살당했다”며“우리같은 자영업자는 죽으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의 악순환이 우유 유통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같은 회사 대리점인데도 가격차가 발생해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농가는 시장 논리가 아닌데 유통과정에서는 과도한 판촉 등의 시장논리가 적용돼 같은 회사 대리점인데도 가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유업체측은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4+1 정책만으로도 25% 가량의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며 “일선 대리점들의 손실을 해결하기는 사실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