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방 구하기 전쟁’ = 개강을 앞두고 새로 살 집을 찾아 나서는 서울시내 대학생들의 주거난이 심각하다. 꺾일 줄 모르는 전세가 상승과 맞물려 대학가의 방값이 크게 치솟고 있다. 비싼 값을 감수하더라도 매물을 찾기가 어렵다.
23일 안암, 신촌, 회기, 신림 등 대학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학가 주변에서 전세는 찾기 힘들고 선호도가 높은 원룸 월세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보증금이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었던 회기동의 23㎡ 신축 원룸의 월세는 올 초보다 5만원가량 상승했다. 전세 매물은 더 큰 폭으로 약 1000만원 가량 상승했지만 물량부족으로 거래 자체가 거의 없다.
문제는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는 이상 대학가 방값 상승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숙사가 태부족인 것도 문제다. 서울소재 대학의 기숙사 수용율은 고려대 9%, 연세대 6%,중앙대 4.6%, 등으로 턱없이 낮다. 기숙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민자로 지어진 기숙사의 경우 학기당 150만원~180만원 선으로 원룸 등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신촌에서 자취 중인 연세대 재학생 조모(26,경제학)씨는 2년전부터 5000만원에 살던 원룸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돼 재계약을 하려고 했지만 집주인이 전세금을 1500만원 더 올려달라고 해서 생각을 포기했다. 조씨는 “근처 시세를 며칠 알아보다가 결국 가평의 집에서 통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1인가구·신혼부부 점령 = 대학가에서 방구하기가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1인가구와 신혼부부들이 대거 대학가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월세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직장인·신혼부부들이 전세대란을 피해 대학가로 눈을 돌리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지역 1인가구 또는 부부의 비율이 크게 높아져 전체 가구의 36%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실수요층이 존재하는 중소형 주택의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들의 대학가 원룸 등을 선호하는 상황이다.
또 취직이 안 된 졸업생이 그대로 재계약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당수 미취업 졸업생들은 구직 준비기간에 학교 도서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학교 주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재개발이나 뉴타운 건설이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광진구 화양동의 부동산업자 주모(48)씨는 “최근 진행중인 재개발이나 뉴타운 건으로 그 지역 원주민들이 대학가쪽으로 방을 보러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 = 이같은 대학가 주거난에 대해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학생들에게는 아직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LH공사가 올해 말까지 공급하기로 한 ‘대학생 보금자리주택’은 공급하는 서울지역 수용인원은 97명에 불과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부동산연구원 관계자는 “신혼부부나 직장인 등의 하향수요와 기존의 대학생 수요가 대학가 원룸 등에서 경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력이 없는 대학생들은 결국 이 경합에서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약자인 대학생에 대해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당국자는 대학생 주거난의 심각성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대학생 주거 문제는 국가적 사안으로 국토해양부와 공조해 각종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대학생 주택을 통해 서울 지역 대학생들이 주거 부담을 덜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