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제품의 유형도 다양하다.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이목을 집중시켜 브랜드를 알리려는 ‘브랜드 알림 형’, 가격을 파괴해 수요층을 확대하는 ‘수요확대 형’, 정부의 강압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하하는 ‘떠밀리기 형’ 등이 그것이다.
먼저 항공업계 파격적인 통큰할인이 가장 눈에 띈다. 항공업계의 통큰할인 브랜드 알리 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지역의 저가항공사의 경우 얼리버드 시스템을 도입해 서비스를 줄이고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최근에야 1만원대의 항공권이 등장했다.
에어부산은 지난달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일정시간 사이에 예약을 할 경우 65%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타임세일을 펼치고 있다. 편도 기준 부산-제주는 1만7740원, 김포-제주는 2만1840원까지 할인된다. 에어부산은 이미 지난 3월 한 달간 제주항공 티켓을 9900원까지 내려 파는 통큰 할인을 펼쳤다.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대표적인 저가항공사들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은 이같은 파격적인 공세로 출혈경쟁이 일었던 것은 사실이다.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통큰 세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 또한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으로 대표되는 국내 항공시장에서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파격적인 할인으로 인지도를 높이며 통큰 할인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저가항공사의 국내선 이용객은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달에는 김포~제주간 점유율이 50%를 넘기기도 했다.
이 같은 혜택은 항공업계의 시장을 대폭 넓혀 수요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들이 시장을 들어와 저가 공급이 확대되면서 수요자들의 다양한 가격대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ED 조명은 기존 백열등 보다 75%, 형광등에 비해서는 10∼20% 정도 전기가 덜 든다. 수명이 길고 수은·납 등 유해물질이 없지만 그동안에는 높은 가격이 수요의 걸림돌이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LE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가격 파괴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LED는 지난해 8월 2만∼3만원대 모델 4종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해, 지난 5월에는 60W 백열등 대체용으로 1만8900원짜리 추가모델을 내놨다. 이는 동급 제품 대비 약 59% 저렴한 수준이다. 판매점도 대중화해 이마트·디지털플라자·홈플러스·롯데마트·전자랜드 등 대형마트로 판매처를 늘렸다.
LG전자도 5월 말 4종을 새로 출시하고, 판매 채널도 이마트 등 할인점으로 확대했다. 40W 백열등 대체 상품 가격은 국내 최저 수준인 1만3900원으로 정해 경쟁에 나섰다.
정욱 LG전자 AE사업본부 라이팅(Lighting)사업팀 상무는 “가정용 LED 조명 제품의 가격 차별화는 LED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결과”라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정용 LED 조명 보급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가격 파괴에 따라 해외 조명 업체들도 저가형 LED 조명을 속속 출시했다. 필립스는 지난해 4월 1만8500∼2만5000원짜리 3종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7월 초에는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1만원대 LED 조명 3종을 출시했다. 오스람은 지난 5월부터 40W 백열등 대체용으로 8W LED 조명을 1만30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경기 안산 조명제품 전시관을 확장하는 등 기업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명 업계에서는 7월부터 전기료에 연료비가 연동되면서 요금이 올라 가정에서 적은 비용으로 효율성이 높은 LED 조명 사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만 원대 제품은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릴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각 업체들이 보급형 제품 출시를 서두르는 이유도 하루 빨리 LED 조명 시장을 열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도 통 큰 할인이 진행됐다. 이른 바 ‘100원 할인’이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휘발유, 경유 등 기름값을 100원씩 인하했다.
하지만 앞서 소개된 다른 업종과 할인의 성격이 다소 다르다. 다른 업종들은 업계가 주체적으로 할인을 진행한 반면 정유업계의 100원 할인은 정부의 입김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요동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업계를 압박, 100원 할인을 진행했던 것. 정유업계는 어쩔 수 없이 ‘떠밀리기’식으로 기름값을 인하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가격책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역시 불만이었다. 실제 올 2분기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실적악화를 견인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라는 얘기도 나왔다.
업계는 이처럼 울상이었던 반면, 소비자들은 만면에 환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인하한다는 소식에 “간만에 반가운 소식”이라며 “당분간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유사들의 1차 소비자이기도 한 주유소들 역시 공급가가 인하되자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기름을 확보하기 위해 재고량을 늘렸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3사는 직접적으로 공급가를 인하했고, SK에너지는 카드할인 방식으로 100원 할인을 진행했다.
때문에 체감가격을 비교적 느끼기 힘든 카드할인 방식의 SK폴 주유소들의 고객들이 타 3사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GS칼텍스가 지난달 내수 휘발유 시장 점유율 1위를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7월 초 할인이 종료되자 다시 기름값이 급상승하면서 일부 주유소들은 리터당 휘발유값이 2300원에 육박했다.
또한 서울지역 휘발유가격도 종전 최고치인 2008년 7월13일의 리터당 2027.79원을 뛰어넘은 2028.2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유 및 주유업계 간의 ‘네 탓 공방’이 심화되기도 했다. 그 결과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정부 입김에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진행했던 100원 할인은 모두에게 상처로 돌아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