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발전이라는 빌미로 시장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관련 업계는 시장의 공정성을 꾀한다는 감독당국의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압박의 수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7일 유통업계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대기업 옥죄기는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중심으로 감독당국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는 6일 대형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모아 놓고 중소납품업체의 판매 수수료를 낮추라고 압박해 결국 합의했다. 공정위와 대형 유통업체가 합의한 수수료 인하 범위는 3~7%p로 세부적인 인하폭과 대상 중소납품업체는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처리키로 했다. 대형 유통업계는 정부의 압박에 마지 못해 합의는 했지만 한해 200~500억원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은행, 증권, 카드사 등을 대상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당국의 기업 옥죄기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선 지난달 16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우리·신한·하나·케이비(KB)·신한지주 회장을 불러 고배당 자제를 강하게 요청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신용카드사 사장단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이날 권 원장은 리볼빙 서비스와 신용카드 연체금리 수수료율을 낮추고 해외 카드사용시 이자 성격으로 부가되고 있는 환가료 수수료는 폐지하라고 주문했다.
이밖에도 권 원장은 은행장들에게 예금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연체이자율 인하와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 대표들에게 신용융자나 주식워런트증권(ELW), 외환차익(FX마진)거래 등에 대해 자제해 줄것을 요청했다.
감독당국의 수수료 인하 등의 압박에 유통업계와 금융업계는‘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합의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수수료율 등의 인하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지만 사슬퍼런 감독당국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해당 기업들의 속내다.
금융지주사들 역시 금감원의 요청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배당금 축소는 영업축소 등으로 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요구한 예금담보대출도 소비자가 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데 연체이자율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이 역시 은행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등도 신용융자 투자가 투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나서서 수수료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정부의 동반성장 기조에 맞춰 그동안 수수료율을 낮춰온 상황에서 이를 더 낮추라는 것은 기업 성장을 막겠다는 것과 진배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