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를 극장에서 처음 본 것은 9월말이었다. 10여년전 광주의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사건이 실화였기에 보는 마음이 불편했다. 영화는 법조계 전관예우, 약자의 반대편에 섰던 권력기관들의 처신과 지자체, 종교단체까지 결탁된 토착비리 등 우리사회의 총체적 부조리들을 보여 주었고, 성폭력 가해자들이 버젓이 학교로 복귀한 실상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만시지탄이나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수년간 온 국민이 분노했던 아동대상 성폭력범죄들에 어린 생명들의 뼈아픈 희생이 있었다. 본 의원이 제안했던 ‘전자발찌법’ 등 성범죄를 엄단하기 위한 법적 장치들도 그 ‘영혼의 학살’을 담보로 가까스로 도입되어 왔다. 제도 개선에 책임있는 국회의원으로서 또 다른 희생을 막고자 한시도 주저할 수 없었다.
‘도가니 사건’은 취약계층 보호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복지재단 관계자가 시설 수용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전횡을 일삼았는데도 은폐됐었다. 재단운영이 감시ㆍ견제를 받지 않는 족벌경영으로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이를 끊기 위해 사회복지법인에 공익이사가 참여해 본래 설립 목적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임원제도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일명 ‘도가니방지법’) 법인 운영의 투명성을 기하고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 취약계층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영화의 힘을 실감했다. 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가니방지법’에 이례없이 여야 국회의원 100명이 동참해 지난 6일 국회에 제출됐다. 이같은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자 주관한 ‘도가니’ 국회상영의 열기 또한 남달랐다.
영화를 함께 본 동료의원, 사회복지시설 관계자, 일반 직장인, 대학생 등 대부분이 남녀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들 했다. 상기된 얼굴로 관람을 마친 이들은 작은 정성을 모았고, 이는 성폭력 피해아동 지원에 의미있게 쓰여질 것이다.
영화가 남긴 숙제가 있다. 우리사회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던 청각장애아들이 겪어야 했던 ‘불편한 진실’을 대면한 우리 모두는 부끄럽고 책임이 무겁다.
본 의원이 책임을 통감하며 제안한 ‘도가니방지법’이 통과되어 아동ㆍ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유린이 더 이상 자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사회가 외면함으로써 발생했던, 어쩌면 현재 진행형인 ‘도가니사건’의 재현을 막기 위해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보듬어 안는 것 또한 우리들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