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소기업 현장으로 취업실습을 나간 제자 3명이 담임교사인 A씨에게 다시 학교로 돌아오겠다며 상담을 해왔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더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특성화고(여상)에 재학중인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A교사의 몫이다. 학교는 취업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한명이라도 더 취업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측은 A교사에게 이들이 무조건 현장에서 실습을 다 마치도록 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현장실습생은 곧바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실적주의 특성화고 취업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실습생이 쓰러진 것도 이런 정부의 취업률 강요가 배경이라는 것이다. A교사는 “교육 당국이 체계적인 준비없이 일선 고교에 취업률을 높일 것만 강요하고 있다”며 “현장실습은 곧 취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선 교사들은 실습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할 겨를도 없이 쫓기듯 학생들을 취업 현장으로 내 몰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일선 특성화고에 제시한 3학년생 취업 최소 목표치는 전체 3학년생의 37%다. 19%였던 지난해보다 두배가량 목표치를 올렸다. 교과부는 취업률 목표에 미달하면 특성화고에 지원하는 장학금을 제한하거나 학교를 통폐합하는 등 철퇴를 내릴 방침이다.
이런 정부의 방침을 일선 학교 교사들은 협박으로 받아들인다. A교사는 “취업률 달성하지 못하면 옷벗을 각오 하라는 얘기”라며 “구조조정의 공포를 겪는 교사들은 앞뒤 가릴 것 없이 일단 학생들의 등을 떠밀게 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내년 취업률 목표치를 60%로 또 올렸다. 여기에 정부의 취업기능 강화사업 예산을 받는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5%더 높은 취업률 달성 목표가 제시된다. 성과주의 정책이 일선 교사들을 ‘취업 영업사원’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교사들이 취업 영업사원으로 전락하니 실습생이 당연히 배워야 할 노동인권이나 산업안전 등의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전공에 맞는 직장을 골라주는 것도 힘들다. 교육 당국의 시스템 구축도 전무한 상황이다.
실습을 한다고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도 아니다. 특성화고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극히 드물게 정규직이 된다. 설사 기업에서 채용의사를 밝히더라도 학생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현장에서의 힘든 기억이 정규직마저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울지역 특성화고(공고) 교사 C씨는 “물가에 내 놓은 아이는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다가 붙잡을 수라도 있지만 취업 현장에 나간 아이들은 그곳에서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런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를 알고 있을까. 교과부 직업교육지원과 김환식 과장은 ‘전문계고 현장실습 실태에 관해 파악하고 있는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진행하겠다”는 답변했다. 사실상 실태파악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A교사는 “어쨋든 취업률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런 이유로 교과부도 내년 취업률을 당초 50%에서 60%로 늘린 것 아니겠냐”며 “현장은 나아지지 않는데 목표치만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