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가 올들어 일제히 반등에 나섰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스크 선호 심리가 고조돼 신흥국 통화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동안 맥을 못추던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 인도 루피 같은 신흥국 통화 가치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5% 이상 올랐다.
페소와 루피는 달러에 대해 7% 상승했고, 헤알과 러시아 루블은 6% 올랐다.
유로, 엔, 파운드 같은 선진국 통화 가치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1.5% 상승하는데 그쳤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브누아 앤느 통화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통화들은 올들어 놀라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통화 가치 상승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신흥국 증시는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스크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가파르게 상승, 펀드매니저들은 지난해 급락에 이어 매수 적기로 보고 있다.
지난주 투자자들은 신흥국 증시와 채권에 작년 4월 이래 가장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
정보제공업체인 EPFR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신흥국 시장에는 44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달러 표시 MSCI이머징마켓지수는 지난해 21% 하락했지만 올들어 10.2% 올랐다. 불과 한달 새 지난해 하락분의 절반을 만회한 셈이다.
이집트 헝가리 터키 증시도 신흥국 시장의 활황에 가세하고 있다.
이집트 증시는 올들어 25% 오르며 신흥시장 중 최고의 성적을 냈고, 헝가리와 터키증시는 각각 21%, 19% 올랐다.
채권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신흥국 통화 채권과 연동되는 JP모간EMBI는 이달 1.2% 상승했다.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을 포함한 핵심 신흥시장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를 통해 고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통화의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객들이 달러와 유로를 털고 페소와 헤알 등에 베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UBS는 고객들이 유로를 빌려 랜드와 리라 등 고수익 통화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흥국 통화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경우 중앙은행의 환율 개입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국 통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수출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당국이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