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국제유가가 물가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싱가포르거래소의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15.9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3일 117.90달러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두바이유는 월 평균 추이를 봐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둔화하면 유가는 내려가야 맞다.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갈등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바클레이즈캐피탈, 골드만삭스, 씨티그룹은 ‘유가쇼크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향후 물가안정세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3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수입물가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2개월째 전월 대비 상승세를 지속했다. 한은은 수입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생산자물가는 0.5~0.6%포인트, 생산자물가 1%포인트 상승시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처 가능성도 유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14일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10조엔(약 144조원) 늘리기로 했다. 일본의 양적완화 규모가 65조엔(약 937조원)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미국 역시 2분기 중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선제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QE3를 시행하면 경기회복 단계에 있는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4% 올랐다. 지난해 1월 3.4% 이후 1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보는 것은 속단이란 분석이다.
씨티그룹은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높은 수준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향후 물가 전망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연 평균 4.1%다. 7개월째 4%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물가를 대하는 태도인 만큼 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다만 BNP 파리바, 노무라, HSBC 등 일부 IB들은 실물지표 약화와 막대한 가계부채에 따른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단기간 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