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연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재협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2007년의 체결 당시 내용과 2010년의 재협상안의 내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민주당이 최근 미국 측에 재협상을 요구한 10개 항목을 살펴보면 재협상 요구 항목 중 9개는 이미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것들로 확인됐다.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항’ 1개만이 2010년 현 정부가 추가협상을 통해 바뀐 것인데, 그나마도 업계의 반발은 없는 상태다. 또 이 조항을 내어 준 대신 우리 정부는 의약품 유예기간과 돼지고기 관세 철폐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성과를 얻어내 손해 본 장사는 아니라는 평가다.
이 같은 내용이 퍼지자 민주당이 이번에는 “5년 전과는 경제상황이 다르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될 당시 ‘날치기 반대’ 현수막까지 내걸며 필사적으로 반대했던 이춘석 의원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5년 전과 지금의 경제상황이 다르고 노무현 정부 때 체결한 한미FTA라도 경제상황이 달라지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승용 전 정책위의장은 “ISD(투자자·국가소송제)는 국가공공 정책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며 “국가 간 손익은 어쩔 수 없지만 원칙적으로 (ISD 조항 같은) 자존심 상하는 문제가 있어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ISD도 이미 2007년 한미FTA 체결 때부터 있었던 조항이다.
이런 주장들은 민주당 역시 5년 전과 현재의 한미FTA 조항의 차이를 정확히 모르고 있거나 2007년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미FTA 이슈를 총선까지 끌고 가는 것이 야권에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한미FTA 만큼은 찬성여론이 조금 더 높았던 만큼 폐기나 재협상을 주장하는 게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한미FTA를 총선까지 끌고 가는 건 당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