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부부처, 주요 기관을 꾀 차고 정국을 주도하던‘왕의 남자’들은 이제 각종 비리와 스캔들에 연루돼 쓸쓸히 퇴진하고 있다. 권력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MB맨들의 지난 4년간의 행적과 최근 행보를 살펴봤다.
◇절대 권력은 한순간의 꿈 = 권력무상이다. MB정부 들어 막강 권력을 누려 온 정치인들을 보면 더 그렇다.
각종 인사 전횡과‘형님 예산’논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사건 등을 거치며 수차례 퇴진 압박을 받았지만 끄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12월 자신의 최측근 보좌관이 10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19대 총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른 불운의 사나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2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박희태(73) 전 국회의장은 MB캠프 선거대책위원장 출신으로 역시 6인회 멤버다. 2008년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몇 달 뒤 친이계(이명박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당 대표가 됐고 이듬해 10·28 재보선에서 국회에 재입성했다. 이후 국가권력 서열 2위인 국회의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권세도 잠시, 최근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보좌진이 사건 전말을 실토하면서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이로써 그는 헌정사에 부패·비리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첫 의장이라는 오점을 남겼고, 검찰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현 정부 진정한‘왕의 남자’로 불린 이는 이재오(67) 의원이다. 그도 6인회 멤버로 활약했다.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자의반 타의반으로 1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권토중래했다. 2009년엔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으며, 2010년 7·28 재보선을 통해 다시 원내에 진입했다. 그러던 중 특임장관으로 MB 곁으로 잠시 돌아갔다. 지난해 가을‘토의종군’(土衣從軍)하겠다고 밝히며 평당원으로 당에 복귀, 흩어진 친이계 결집을 시도했지만 이미 세는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통해 5번째 여의도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재선의 정두언(54)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MB캠프에서 뛰었고, 이후 서울시 정무부시장 자리에 오르며 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대선에 이르기까지 그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이상득·이재오 의원과 함께 ‘MB캠프 3대 주주’로 대접도 받았다. ‘개국공신’임에도 이 대통령의 취임을 즈음해 사이가 벌어지던 그는 이제 ‘반군의 첨병’이 됐다.
2010년 6·2 지방선거 참패 후엔 ‘청와대 책임론’을 폈고, 이상득 의원을 ‘영포라인’ 배후로 지목하고 일선 후퇴를 요구하는 데 앞장섰다. 19대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단신’이 더 효과적이라며 조용히 서울 서대문을 에서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