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스캔들에 휘말렸던 크리스티안 볼프 독일 대통령이 사의를 표명했다. 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지인들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으며 대통령의 직위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볼프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실수를 했지만 언제나 진실 되게 행동해 왔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불프 대통령은 또 "독일은 폭넓은 신뢰를 받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지난 몇주간의 상황은 이러한 신뢰가 더이상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볼프 대통령의 사의 표명은 독일 검찰이 전날 대통령의 면책권을 박탈해 줄 것으로 의회에 요구한 뒤 하루 만에 단행됐다. 독일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 면책권 철회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불프 대통령은 니더작센주 총리 시절인 2008년 주택 구입을 위해 특혜성 저리의 사채를 쓰고 기업들로부터 공짜 휴가여행, 승용차 협찬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의혹이 드러나면서 야당으로부터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불프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재임 기간에 두 번째로 대통령직에서 중도 낙마한 인물로 기록된다.
그는 지난해 5월 전임자인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이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관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5월 물러난뒤 자리를 이어받았다.
한편 볼프 대통령의 사임으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 등과 관련한 문제로 국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메르켈 총리에게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P)의 부당수 출신으로 메르켈 총리가 추천한 인사여서 메르켈 총리에게도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는 불프 대통령의 사퇴 발표후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차기 대통령 지명과 관련 "집권 연정과 우선 논의를 하고 초당적인 공동 후보를 지명하는 것을 목표로 야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