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가 발호되면 떨어질 것이라던 수입명품 가격이 오히려 줄줄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EU FTA 발효 직전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국내가격이 비싸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며 대놓고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인상 소식이 흘러나오면 제품구매에 나서는 한국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명품업체들의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라다는 23일부터 전 제품 가격을 2~10%(평균 3.4%) 인상한다. 작년에 한·EU FTA 발효 직전 기습적으로 제품가격을 평균 3~5% 인상한데 이어 약 7개월만에 또 올리게 된다. FTA를 비웃든 1년도 안돼 또 가격을 인상한 것은 고사하고 그 이유가 더 기가막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프라다 측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판매하는 제품가보다 국내 판매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프라다 본사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
현재 187만원에 판매되던 프라다 대표 인기모델인 ‘사피아노1786’은 206만원으로 오르고 또 고프레와 비텔로다이노 등도 3~7% 인상을 단행해 고프레 라인의 가죽 제품은 300만원대에 진입힌다.
명품의 역주행 현상은 프라다 뿐만이 아니다. 연초부터 가격을 인상한 곳은 명품의 최고봉으로 뽑히는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지난 1월5일 가방 뿐만 아니라 넥타이 등 악세서리류의 가격도 평균 5% 인상했다. ‘켈리백(35)’과 ‘버킨백(30)’의 경우 각각 921만원에서 998만원, 1090만원에서 1190만원으로 올랐다. 이에 뒤질세라 샤넬도 2월1일 가격을 올렸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은 550만원에서 600만원, ‘2.55 빈티지 미디엄’은 610만원에서 670만원으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명품업체들이 한국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에서는 명품업체들이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이 커뮤니티, 명품매장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게 되면 소비자들이 구매에 몰려 명품 매출이 갑자기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을 매출극대화 기법으로 활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라며 “이들 입장에서는 특별한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매출이 상승하기 때문에 소비심리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르메스·샤넬에 이어 보석브랜드 불가리, 프라다, 에스티로더 등 수입화장품 모두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앞으로도 유럽 명품 및 화장품 브랜드들의 가격인상을 줄을 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