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고자 정부가 도입한 국가장학금 제도가 저소득층은 덜 받고 고소득층은 더 받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는 정부 지원 1조5000억원, 대학 자구노력 7500억원 등 올해 총 2조2500억원의 국가장학금을 투입하고 가족 소득과 개인 형편 등을 따져 맞춤형 장학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소득분위만 따져 장학금을 나누는 국가장학금 제도 탓에 일반 서민들이 불이익을 당하는가 하면 경제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학생들이 편법을 이용해 장학금을 받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주요 사립대들마저 자구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어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국가장학금도 부의 대물림? = 국가장학금은 단순히 소득분위만 따져 장학금을 나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하는 소득분위에 따라 수혜 대상과 액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부채 등 가계 형편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국가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소득 3분위까지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되는 유형Ⅰ과 소득 7분위까지 소득과 성적을 고려해 지원하는 유형Ⅱ로 나뉘어져 있다. 두 유형 모두 소득, 부동산, 자동차 등을 포함한 소득액이 기준이어서 수입이 모두 노출되는 월급쟁이와 빚 부담을 안고 사는 서민들만 불이익을 보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반면 고소득층 학생들은 부모 재산을 친척 등 타인 명의로 돌리는 꼼수를 부려 손쉽게 장학금을 타는 경우가 있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 수법이 국가장학금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잘사는 집 아이들이 180만원에서 230만원까지 받는 경우도 봤다”며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에게는 조금밖에 주지 않고 잘 사는 집 아이들은 편법까지 쓰면서 장학금을 받는다. 고소득층 자녀를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 책정한 7500억원은 각 대학이 등록금 인하나 장학금 확충 등 자구노력을 했을 때 그에 비례한 금액을 지급한다. 그러나 주요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하율이 2%대에 그치는 등 자구노력을 소홀히 한 탓에 배정 금액 소진율이 낮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민주통합당)이 한국장학재단에서 제출받은 ‘2012년 국가장학금 2유형 배정액 대비 대학 자구노력’ 자료를 보면 전국 335개 대학 가운데 학교의 장학금 확충 노력을 인정받아 책정된 국가장학금 예산 전액을 받는 대학(소진율 100%)은 143개교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의 42.7%에 불과하다.
배정액의 80~100%를 받은 대학은 89개교, 50~80%를 받은 대학은 47개교로 나타났다. 배정된 예산의 50%도 못 받은 대학은 56개교였다. 고려대가 배정액의 64.8%만을 받았고 한국외대(65.1%), 연세대(70.3%), 성균관대(72.0%), 한양대(84.3%), 경희대(88.4%) 등도 예산을 전액 지원받지 못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등록금은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힘들지만 장학금 규모는 줄이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며 “배정된 예산을 전액 받은 사립대들도 등록금 인하보다 장학금 확충을 통해 등록금 인하효과를 내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