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봄이 시작됐다.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30번째 시즌이던 지난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한국프로야구는 올해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지난해 인기를 이어갈 것이다. 다만, 승부조작의 여파가 팬들의 마음에 어떻게 각인됐느냐가 변수다.
이러한 야구의 특징을 조합해보면 자동차와 닮았다. 멋진 자동차야말로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자 부의 상징이며, 시각적 흥미와 운전의 쾌감을 동시에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2012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개막(4월 7일)을 앞두고, 국내외 유명 야구선수들의 ‘애마’를 공개하고, 야구와 자동차와의 상관관계, 자동차 업계의 야구 마케팅 현황 등을 알아본다.
◇홈런왕 유력 후보 2인, 나란히 벤츠 S클래스 오너=아시아 대표 홈런타자 이승엽(삼성)과 김태균(한화)은 공통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한국프로야구 홈런왕 출신이고, 일본 지바 롯데마린스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메르세데스-벤츠를 소유하고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차는 벤츠의 대형 세단 S500이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2003년말 큰 맘 먹고 산 차가 이 차다. 그는 핸들을 오른편에 두는 일본에서 왼편에 핸들이 있는 한국식 S500을 대구에서 도쿄까지 직접 공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로 구입한 지 만 8년이 된 차라 좀 오래 되기는 했으나, 큰 불편 없이 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승엽 선수는 지난 2006년 말 기아차로부터 오피러스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기아차가 해외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상대로 연계 마케팅을 활발히 펼쳤던 데다 평소 “국산차를 타 보고 싶다”고 말했던 그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오피러스를 받았지만, 벤츠를 더 즐겨 탔다. 차가 손에 익은 데다, 한 차만 진득하게 타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오피러스는 당시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부인 이송정씨가 자주 타고 다녔다.
고향 대구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S500을 몰고 있다. 최근 벤츠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의 도움으로 SUV 모델인 ML300을 잠시 타기도 했으나, S500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연봉 15억원 시대를 연 ‘별명왕’ 김태균도 벤츠 S클래스를 탄다. 그의 차는 S350. 2007년 경 S350을 구입한 뒤 지금까지 타고 있다.
김태균이 S350을 애마로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다. 그가 ‘큰 차 애호가’이기 때문이다. 당초 그는 E클래스 구입을 권유 받았다. 가장 많은 고객을 갖고 있는 최고 인기 모델이었고, 차의 이미지가 김태균과 맞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태균은 대형 세단인 S350을 선택했다. 김태균은 S클래스 선택 이유에 대해 “차는 무조건 안전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중상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큰 차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차가 한 대 더 생겼다. 지난해 말 한국닛산으로부터 인피니티 브랜드의 홍보대사로 임명된 그는 세단 M37을 협찬 받았다.
◇전직 메이저리거, 에쿠스 리무진·벤틀리 컨티넨탈 탄다=오랜 해외 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두 명의 슈퍼스타 박찬호(한화)와 김병현(넥센)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올해 연봉을 받지 않는다. 박찬호는 한화그룹이 제시한 연봉·계약금 총액 6억원과 명목 상 연봉 2400만원을 모두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으로 기부했다. 수치 상 연봉으로만 따지면 국내 1, 2군 전 선수를 통틀어 가장 저렴한(?) 선수지만, 대접만큼은 극진하다.
박찬호의 현재 자가용은 현대차 에쿠스 리무진이다. 1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국내 최고급 승용차다. 안전을 위해 개인 운전기사까지 따로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지역 원정 경기 때는 구단의 버스를 타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이동하지만, 대전 홈 경기나 개인적인 활동으로 외부 출입을 할 때는 기사와 함께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다닌다.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절 여러 명차를 몰았다. 이승엽·김태균보다 먼저 벤츠 S클래스를 소유했고, BMW 7시리즈도 몰았다. ‘성공한 메이저리거의 애마’로 불리던 오프로드용 자동차 ‘허머’도 박찬호의 손을 거쳐갔다. 이승엽처럼 기아차로부터 오피러스와 스포티지를 협찬받기도 했다.
그랬던 그도 한 때는 중고차를 타던 시절이 있었다. 박찬호 인생의 첫 자가용은 1995년 구입한 미쓰비시의 SUV ‘몬테로’였다. 당시 마이너리거였던 그는 이 모델을 중고차로 구입했다. 1997년 벤츠로부터 스포츠카를 협찬받기 전까지 몬테로는 ‘코리안특급의 애마’였다.
방황을 끝내고 국내로 돌아온 ‘핵잠수함’ 김병현은 뛰어난 피칭 실력 외에도 꺾이지 않는 주관과 자존심, 돌발적인 행동들로 인해 많은 팬들의 뇌리에 남았다.
그의 차는 벤틀리의 컨티넨탈이다. 비벌리힐스의 고급 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초고가 럭셔리 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쯤 되면 국내 야구선수의 자가용 중 단연 최고가차에 속한다. 현재 이 차는 김병현의 LA 자택에 보관 중이다. 한국으로 이 차를 가져올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틀리를 구입한 사연 역시 김병현답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선수 시절 줄곧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에 시달렸고 ‘동양인 왕따’의 피해자로 꼽혔다. 김병현은 “남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제일 비싼 차를 샀다”며 “나도 벤틀리를 타는 등급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구매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병현이 현재 국내에서 타고 있는 차는 랜드로버의 SUV 모델 레인지로버 이보크다. 벤틀리에 비하면 저렴한 모델이지만, 이 차도 결코 싼 차는 아니다.
◇유명 차 오너 선수, 우리도 있어요=부산 생활 3년차에 접어든 ‘쾌남’ 홍성흔(롯데)은 아우디 A6 2.0의 오너다. 과거 그랜저XG를 소유했던 그는 두산 시절이던 2000년대 중반 A6를 구입했다. 지난해 시즌 개막 직전 부산에서 A6를 몰고 가다 접촉사고를 경험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으나, 별 탈 없이 잘 몰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킬러’로 활약했던 김광현(SK)은 SUV 모델인 닛산 무라노를 타고 다닌다.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억대 연봉을 받게 된 김광현은 낡은 차를 타던 아버지에게 선물하기 위해 무라노를 구입했다. 그러나 아들 사랑이 지극했던 김광현의 아버지는 “이런 차는 나보다 아들이 타야 한다”며 무라노를 김광현에게 되돌려줬다.
미국에서 뛰고 있는 ‘추추트레인’ 추신수(클리블랜드)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오너다. 지난해 5월 음주운전으로 경찰에게 체포됐을 때 영상의 배경으로 등장한 흰색 차다.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수입차를 사지 않는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아타이거즈 선수들이다. 모기업 기아차를 생각한 의리 때문이다. 모기업을 국산 자동차 회사로 둔 구단답게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대부분 선수단의 자가용과 선수단 버스는 모두 기아차 제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