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특유의 ‘떠넘기기’ 인상을 주는 발언을 했다. 지속적인 오름세에 있는 기름값이 혹시라도 공급이 과점형태여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은 아닌지 유통체계 등 제도개선 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기름값 인상은 경쟁 중심의 시장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니, 이를 꼼꼼히 체크해서 시정하라는 말의 다른 얘기다. 정부정책의 실효를 점검하지 않은 채 무조건 시장의 과점적 구조에만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일까? 오늘 정부가 내놓은 유가 안정대책도 석유제품시장 경쟁 촉진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기존의 석유전자상거래시장과 알뜰주유소 활성화 방안에서 그다지 나아진 건 없어 보인다. 결국 정부 정책은 옳은데 시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본 전제는 변한 게 없는 것이다.
‘떠넘기기’·‘네탓’ 공격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올해 2월 서울시가 교통요금을 150원씩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개석상에서 이례적으로 서울시를 타박하고 나섰다.
박 장관은 “많은 지자체가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서울시만 교통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며 “연초부터 물가 불안심리를 자극해 다른 지자체에 연쇄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올초 물가불안의 가장 큰 요인을 서울시가 교통요금을 올린 탓이라는 전형적인 떠넘기기로 생각된다.
박 장관은 당시 “기왕 인상키로 했으면 사고로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당시 지하철 사고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일을 상기시켰다. 서울시에 물가 상승의 책임을 돌리면서 국민들의 감정까지 건드는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반대로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는다.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 전 기획재정부는 실업률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 우리나라의 고용사정이 G20 회원국 가운데 가장 양호한 수준으로 선진국들은 대부분 글로벌 위기이전 실업률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우리나라는 G20회원국 중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였다고 자랑했다. 청년실업의 경우에도(2010년 4분기) G20 국가 중 최저수준(7.5%)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MB 4년 성과를 정리했던 KDI와 청와대서 발표한 내용과 다를 게 없다. 박재완 장관이 어제 미국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물가는 개별기업과 일부 지자체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실업률 낮은 건 정부의 공으로 돌리고 난 후 그의 몸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가벼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