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떡심을 보니까 미국산이네요? 왜 호주산으로 표시되어 있어요? 광우병 때문에 미국산이 안팔리니까 호주산이라고 속이고 파신거죠?”
“구입서류하고, 판매장부 주세요. 그리고 여기 미국산 쇠고기 담긴 박스는 어디에 쓰는건지도 해명하시고요”
“아...아니에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표시판을 못 바꿨습니다...광우병 때문에 속여서 판건 아닙니다”
단속반의 확신에 찬 질문에 업주는 결국 실수라는 말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임을 인정했다.
◇ 정육점·식당 불시점검…‘소비자단체 회원 동행’
농림수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원산지표시 기동단속반이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정육점에 원산지표시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들이닥쳤다.
단속반 뒤에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등 11개 단체에서 온 22명의 회원들이 수입산 쇠고기 원산지 단속현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농관원 기동단속반과 소비자단체 회원들은 16일 쇠고기 원산지 표시 단속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 시장을 찾았고 단속이 시작 된지 10여분 만에 한 정육점에서 미국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유통하다 적발되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봤다.
이날 원산지 단속반은 공무원 2명과 명예감시원 1명 등 총 3명이 한 팀을 이뤄 움직였고 정육점과 곱창전문점 등을 합동 단속했다.
단속반은 단속 대상지에 도착하면 반드시 서류 한 장을 업주에게 전달하고 단속을 시작했다.
“아, 이 종이요? 저희 이름과 소속이 적힌 서류인데요. 저희가 단속하는데 있어서 정확성을 기하고 또 상대방도 저희의 소속 등을 알 필요가 있으니까요”
단속반은 서류 접수 후 정육 판매대에 진열된 쇠고기를 육안으로 살펴보고 냉동창고 등에 보관된 쇠고기와 구입영수증 등에 대해 일일이 검토를 진행했다.
대부분은 단속반의 적발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지만 가끔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거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경우는 쇠고기 시료를 채취해 농관원 시험연구소에서 쇠고기의 종류, 원산지 등을 확인한다. 지금까지는 쇠고기 시료 채취 후 2~3일이 지나야 결과가 나왔던 것에 반해 지난해 농관원이 개발한 ‘한우단일 염기다형성(HW-SNP) 분석법’을 통하면 몇시간만에 쇠고기에 대한 원산지 판별이 가능해졌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는 물론 한우 등 국내산 쇠고기에 대해서도 구입을 망설였다. 혹시나 미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돼 팔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가 광우병 발생 이후 대형마트 1065 곳을 대상으로 광우병 발생 전 후 쇠고기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미국산 쇠고기는 52%, 국내산 쇠고기는 6.5%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농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국내산 쇠고기만 피해를 입게 됐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정부는 결국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없애 국내산 쇠고기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수입산 쇠고기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농관원은 지난 1일부터 공무원 1100명, 명예 감시원 3000명을 투입해 무기한으로 원산지 집중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되는 단속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농관원 관계자는 “매일 같이 단속을 나가고, 명예 감시원들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날 단속 대상이었던 정육점 관계자는 몇 달만에 처음 단속을 나온 것”이라고 귀뜸했다.
실제 1100명의 공무원은 기존 업무도 함께 맡고 있기 때문에 매일 단속 현장에 투입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또 2010년 707건, 2011년 690건의 적발건수에 비교해도 올해 5월까지 300여건의 실적을 기록한 것은 집중단속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더욱 의문을 가지게 한다.
실제 16일 단속 현장에서는 한 국내산 곱창전문점 단속 시 곱창에 대한 육안 확인도 하지 않았고 물품 구입 영수증에 원산지 표시가 없었음에도 냉동창고 등을 살펴보지도 않았다.
이런 일부 허술한 단속 장면은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노출돼 이날 단속에 참가했던 일부 소비자단체 회원들에게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이날 단속 현장에 동행했던 한 소비자단체 회원은 “이렇게 허술하게 단속을 하는데 누가 믿을 수 있느냐. 도대체 왜 부른 것이냐”며 혀를 차기도해 정부가 소비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마련한 자리가 오히려 불안감만 증가 시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