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태국산 액션 영화 한 편이 국내 극장가를 점령한 바 있다. ‘옹박’이었다. ‘No 와이어’ ‘No CG’를 선언한 이른바 실전 액션에 국내 액션 팬들은 열광했다. 지금 우리 영화 시장에선 너무도 생소한 인도네시아 영화 한 편이 그 때의 열기를 다시 재현할 조짐이다. 재현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레이드’는 ‘옹박’의 액션 조차 비웃는 수준이다. 실제 액션 강도만 놓고 보면 수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무색하다.
먼저 ‘레이드’를 설명하자면 인도네시아의 실전무술 ‘실랏’을 알 필요가 있다. 2010년 최고 액션 영화로 기록된 원빈 주연의 ‘아저씨’. 극중 원빈이 적들을 제압할 때 번개처럼 사용한 무술이 ‘실랏’이었다.
‘태권도’나 일본의 ‘가라데’ 등이 방어적 측면에 집중한 무술이라면 ‘실랏’은 완전한 공격형이다. 영화 속 주인공 라마(이코 우웨이스)는 실제 실랏 유단자다. 라마의 대척점에 선 매드독 역의 야얀 루히안 역시 실랏을 포함해 26년간 무술을 수련한 무술인이다. 그런 두 사람이 몸을 부딪치며 만들어낸 영상 텍스트는 ‘실제일까’란 의구심을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레이드’의 연출을 맡은 갸렛 에반스 감독은 놀랍게도 영국 웨일스 출신이다. 푸른 눈의 이 서양 감독은 2007년 다큐멘터리 ‘인도네시아의 비술: 펜칵 실랏’을 찍었다. 이후 ‘메란타우’에 이어 ‘레이드’까지 모두 인도네시아에서만 작품 활동을 해왔다. 더구나 아내가 인도네시아 사람이란다. 그 만큼 ‘실랏’에 대해선 도가 튼 인물이다.
전형적인 액션 키드인 그는 ‘사망유희’에서 시도한 단계별 시퀀스에 ‘실랏’이 갖는 액션의 집중도를 접목했다. 그렇게 탄생한 ‘레이드’의 액션은 크게 세 단계다. 첫 번째가 총격 액션이다.
그 다음은 ‘마셰티’ 액션이다. 흔히 정글에서 쓰는 큰 칼로 알려진 마셰티를 이용한 액션신에선 액션에만 집중한 것이 아닌 스릴러 적 요소까지 담으려 노력했다. 한정된 공간, 쫓고 쫓기는 인물들 간의 심리,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심박 수가 카메라 워킹 그리고 앵글을 통해 송곳의 날카로움처럼 전해질 정도다.
마지막이 바로 ‘레이드’의 목적이자 이유인 맨손 액션이다. 라마가 마셰티를 든 적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장면이라던가, 매드독과 라마의 마지막 대결 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실랏의 잔인함에만 주목한 듯한 인상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레이드’의 목적 자체가 액션이기에 트집을 잡기 어려울 정도다.
감독은 내한 기자회견에서 “앞부분에 시선을 사로잡을 눈요깃거리를 집중 배치 후 뒤로 갈수록 늘어지는 액션 영화가 싫다”며 ‘레이드’를 소개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레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각적 화려함은 줄어들지만 액션의 화려함은 엄청난 폭발력을 일으킨다. 여기에 세계적인 록밴드 ‘린킨파크’ 멤버 마이크 시노다가 만든 음악이 더해져 관객들의 체감은 더욱 커진다.
‘날 것’ 그대로의 액션에 취한 할리우드가 이 영화에 반해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단다. ‘레이드 : 첫 번째 습격’. 이미 2편과 3편의 연출 계획도 감독은 세운 상태다.
마무리다. ‘질문 : 액션이란 무엇인가’ ‘정답 : 레이드 첫 번째 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