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듯 기업에서도 최고경영자(CEO)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좌우된다. 애플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애플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다시 복귀해 창조경영과 창의경영이 세계 정보통신 분야에 대혁명을 일으켰다. 이처럼 위기 사항에서 CEO의 능력은 빛을 발하고 있다.
증권업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 침체로 고전을 겪고 있다. 증권사간 과당경쟁과 업황부진으로 해마다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이젠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면서 올해 증권사 CEO 교체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고 있다.
올해 증권사 CEO교체 바람의 새물결은 예상을 깬 젊은 패기, 글로벌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존 정치권이나 지주회사 보은인사로 내려온 일명 낙하산 CEO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증권가에 또 하나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CEO 전문성도 부각도 눈의 띈다.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구원투수로서 친정에 복귀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증권 김석 사장과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 내정자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한 전문성을 갖춘 CEO들이 선임되면서 5~6월 주총시즌이면 되풀이 되던 노동조합의 CEO 낙하산 인사 반대라는 구호를 올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대형증권사들의 경우 올해를 헤지펀드를 통한 대형 투자은행(IB)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고 있는 만큼 IB나 국제 금융통 전문가를 CEO로 선임하고 있다. 현재 대형IB를 준비하고 있는 5개 대형증권사 중 이미 검증을 마친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과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다른 삼성·대우·현대증권은 새 CEO를 맞아 글로벌 투자은행 도약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증권가 CEO 교체바람에서 회사를 옮겨 제2의 CEO시대를 열어가는 인물도 특징이다. NH농협증권 전상일 사장과 동양증권 이승국 사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각각 동양증권 부회장과 현대증권 부사장에서 새로 회사를 옮겨 CEO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대대적인 CEO교체 바람이 거셀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증권사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결과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해석이다. 다시 말해 현재 증권업계는 위기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이들 CEO들은 폭풍 속에서 난파 직전인 배를 구해낼 수 있을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