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실물경제가 흔들리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올해 마련한 중소기업 지원 자금이 바닥을 보이자, 중소기업들이 시중은행을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여전히 ‘문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일 이같은 시중은행들의 대출축소로 발생한 공백을 “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해 기업, 산업,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자금지원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역부족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4일 금융권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은 5조7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조5105억원 대비 절반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중소기업의 83.3%가 시중은행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시중은행이 평가하는 중소기업 기업규모과 신용등급별 기준이 한층 강화된 탓이다.
더욱이 중소기업 정책자금이 최근 몇 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올 상반기 중 정책자금의 80% 이상이 편성됐지만 업체에서 신청한 대출금은 이미 정책자금 총액을 훨씬 뛰어 넘었다. 여기에 시중은행이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지자 신용안정성을 빌미로 지난 4월 말까지 1조4000억원의 대출액을 회수하면서 중소기업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금융위원회가 나서 은행들에게 “경기가 어려워질 때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는 행태를 자제해 달라”고 주문해지만, 현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원에 대해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하다. 지원에 대한 이들의 체감정도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들이 강조하는 문제점은 △불변의 평가기준 △자금 조기소진 △불균형적·비탄력적 분배 △홍보부족 등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제조업체 A 대표는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지원에 좀 더 관심을 가진다 해도 우리에게는 무의미하다”며 “대상선정의 평가기준이 바뀌지 않는 이상 매번 받는 기업만 받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게다가 최근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 하에 검증되지 않은 대다수 ‘예비창업가’에게 여과없이 퍼주기식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자금이 엉뚱한 데로 쏠리다 보니 정작 10~20년 중소기업을 꾸려온 우리들은 계속 허덕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음에도 상반기에 이미 자금이 소진되는 점 역시 개선돼야 할 점이다. 정책기금 지원기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자금 규모는 총 3조3300억원으로 지난해(3조3500억원)보다 오히려 줄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5월말 기준 전체 자금의 50%가 이미 소진됐다.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전체 자금의 조기 소진 시기와 현실은 좀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산업단지공단에 위치한 중소업체 B 대표는 “지난 2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융자자금 신청을 했지만 그때 이미 모두 소진됐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올해 5월 말 기준 융자 지원자금이 반으로 줄었다고 발표한 내용과 현실은 매우 달라 당황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