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연봉도 대기업과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고 회사 자체의 비전도 찾을 수 없었다”며 “취업이 1~2년 늦어진다 하더라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재취업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일자리 미스매치 심각 =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는데 오는 사람은 없고”, “빈 일자리는 많다는데 정작 갈 곳은 없다”는 하소연이 동시에 들려온다. 일자리 수급 불균형, ‘일자리 미스매치’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년 실업의 경우 구직자와 구인업체간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하다. 사회에서 제공되는 일자리와 자기 기대 수준간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8.3%로 전체 실업률의 2배에 달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쉬었다는 20대 인구는 34만 6000명에 달했다. 해당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치였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4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채용률은 53%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6.8%인데 비해 중소기업의 일자리 부족률은 4.6%로 30만여개의 일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대기업이나 공기업보다 떨어지는 연봉, 처우 등이 주원인이다.
실제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의 취업준비생 321명과 중소기업 328개사를 대상으로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의사 및 미스매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취업준비생 절반 이상인 52.7%가 신입직원 연봉으로 ‘3000만원 이상’을 희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8.2%만이 3000만원 이상의 대졸 초임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로 43.3%가 ‘낮은 임금ㆍ복리후생’을 꼽았고 이어 불투명한 비전(24.9%), 고용불안(14.7%), 낮은 인지도 (6.5%)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도 7.2%에 그쳤다. 반면 대기업(30.8%), 공기업ㆍ공공기관(25.2%), 외국계 기업(24.9%) 등을 선호한다는 의견은 91.2%에 달했다.
재취업을 준비 중인 박연경(27)씨 “중소기업의 평균 초봉이 2300만원 정도인데 이 돈으로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에도 빠듯하다 ”며 “이런 경제적 여건을 무시한 채 구직자에게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고 지적했다. 올해 초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학생 690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학자금 대출자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1353만원이었다.
◇실질적 고용대책 필요 = 청년 실업자들이 낮은 임금과 학자금 상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고용대책 없이 눈높이만 낮추라고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에코부머’세대(1979~1985년생)는 취업·신용·주거난의 3중고를 겪고 있다.
보고서는 “510만명이나 되는 에코부머 세대가 고통스러운 사회 진입기를 맞고 있다”며 “이중 가장 큰 어려움은 취업”이라고 밝혔다. 에코부머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녀세대로 부모 세대보다 풍요한 환경에서 자라 교육수준이 높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고서는 “학력수준이 올라가면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같은 좋은 일자리에는 사람이 몰리지만, 반대의 경우 지원조차 않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생기면서 이들의 사회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에코부머의 사회진입이 원만하지 않으면 경제·사회적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제때 가정을 꾸리지 못해 인구가 줄고, 소비가 감소하면서 내수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이들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 부모세대마저 궁핍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무엇보다 에코부머가 세계 시장이나 기술, 문화 분야에서 창조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청년 실업층의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중견·중소기업 스스로 기업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양대 경영학부 한정화 교수는 “중소기업 스스로 좋은 인재를 흡수할 수 있도록 일하기 좋은 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보상 시스템 마련, 핵심 인재 관리 등을 강화하면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중소ㆍ중견기업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유니온 송화선 팀장은 “취업준비생이나 재취업을 원하는 청년층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것은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이나 공기업 수준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사회적으로 많이 마련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밝혔다.